고전필사 4일차

매일글쓰기 5일차

by 홍유

아이의 겨울방학 목표 중 하나. <고전 옮겨쓰기>를 시작했다. 겨울방학 때마다 얇은 책 한 권씩을 옮겨 적는다. 필사를 통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기를 바라서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글씨체가 조금 더 예뻐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이번에는 <채근담>을 잡았다. 왜 <채근담>이냐고 물으면.. 글쎄. 그저 필사할 책 한 권을 찾다가,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을 몇 권 꺼내 놓고는, 후루룩 펼쳐 보면서, 적당히 얇은 듯도 하고, 한 번에 쓸 수 있는 분량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골랐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책을 선정한 이유는 지극히 인간적이지만, 그것을 아름답게 적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참으로 단순하게 결정했지만, 책 자체는 잘 골랐으니 이것 또한 책과 닿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들춰보면서, 우리는 방학 중 일정으로 고전 필사를 시작했다. 아이는 작년에 쓰고 남은 공책에, 나는 다이어리에 하루에 한 구절씩 쓴다 - 사실 나는 필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이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필사를 마치고, 아이에게 “이건 무슨 뜻인 것 같아?”라고 물으면 아이는 명랑하게 대답한다.

“몰라~!”

"정말 모르겠어?"

"응. 안 그래도 궁금해서 이게 뭔가 생각해보는데 진짜 모르겠어."

그래. 이 뜻을 아는 것이 더 대단한 일이지 싶다. 사실 엄마도 잘 모르겠다.


오늘은 필사 4일차. 이런 구절을 만났다 (채근담, 전집 4절, 홍익출판사 세모클래식).


권세와 명예, 부귀영화를 가까이하지 않는 이도 청렴결백하지만,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고결한 사람이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이도 뛰어나지만,

쓸 줄 알면서도 쓰지 않는 사람이 더욱 뛰어난 사람이다.


勢利紛華, 不近者爲潔, 近之而不染者 爲尤潔,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 위우결,)

智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 爲尤高.

(지계기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 위우고.)


사람 욕심이라는 것은 한이 없어서, 눈앞에 이익을 놓고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익을 얻으면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도 그것에 초탈할 수 있을까?

권모술수로 사람을 이용하면 분명히 내게 이득이 생길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 이익보다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소소한 많은 일 앞에서도 불쑥불쑥 욕심이 생긴다. 그것이 내 한정이면 좋지만, 아이에게까지 뻗치니 문제이다. 부디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학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