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아이가 또 한 번 방학을 맞았다. 코로나로 뒤죽박죽된 학사 일정 탓에 많은 일은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체육대회도, 현장 체험 학습도 기약도 없이 연기되다가 취소되어버렸다. 학교에 규칙적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확진자가 없어 등교 중지도 되지 않고, 자가격리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에 안도하면서. 늘어나는 확진자 소식에, 이제는 그만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커질 즈음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 되면, 몸은 참으로 바빠진다. 나의 일상에 아이의 일상이 온전히 더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미션인 <세끼 밥먹기>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다가온다. 조금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에는 무엇을 해주나 생각하고, 점심을 먹으면 간식과 저녁을 고민하고, 저녁 설거지가 끝나면 내일 아침에는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심한다. 정말 삼시 세끼 밥 먹기는 생각할수록 위대한 일이다.
으레 그러하듯 방학을 시작할 때는 방학 계획을 세운다. 동그란 시간표를 적당한 시간 간격으로 나누어서 만드는 계획표란, 어쩌면 계획을 짜는 그 순간을 바라는 일은 아니었을까? 이번 방학에는 동그란 시간표 대신, 할 일의 목록만 쭉 적어보았다. 매일 아침에는 운동을 하고, 요일별로 과목 공부를 하고, 매일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이번 방학 중에 아이는 해리포터 번역본 전집을 읽겠다고 적었다. 거기에 발맞추어, 나는 그동안 읽지 않고 모아 놓은 책을 20권 읽겠다고 함께 써보았다. 누가 먼저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기대된다.
방학에는 또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이것저것 떠오르는 일들은 많다. 엄마 욕심에 공부도 더 시키고 싶고, 책도 더 많이 읽히고 싶으나. 역시 움직이는 사람이 내가 아니다보니 엄마 한정 욕심으로 남을 뿐이다. 아직은 어리니까, 아직은 급하지 않으니까. 그저 자기의 자유 시간을 계획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떠올리고, 한 걸음씩 또박또박 걸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갈음한다.
겨울방학은 늘 새롭다. 내게는 일상을 두 배로 사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자기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연습이 더해진다. 40여일의 시간이 지난 후에 무엇이 남을까?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개학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우리의 시간을 하루씩 채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