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중하며 평온함을 배웁니다.
사대부터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입니다.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 거리를 감당하는 것은 아직 무리이지요. 이제 '주살 내기'와 병행하여,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화살을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짧은 거리부터 시작합니다. 과녁 바로 앞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서, 조금 더 뒤로 물러나면서. 짧은 거리이지만, 화살은 더 이상 매인 곳이 없어서 자유롭게 날기 시작합니다.
자유가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닌지요. 화살을 보낼 때마다 새삼스레 느낍니다.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서 제 마음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화살도 그렇지만, 활도 제 뜻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본격적으로 활시위에 맞기 시작합니다. 활을 잡는 것이 아직 미숙하다 보니, 활줄에 팔이나 뺨을 맞는 것이지요. 활을 쥐는 팔에 파랗게 멍이 듭니다. 지난주에 생긴 노란색 멍 자국 위로 오늘 또 빨간 자국이 생기는 모양새가 되어 버립니다. 뺨도 파랗게 멍이 들고요. 여름에는 멍든 팔을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활터를 나서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요. 일단 편치가 않아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아픕니다. 맞은 곳은 몸이 아프고,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도 살짝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도 상처 위에 생기는 상처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도 뿌듯합니다. 오롯이 화살을 잘 보내는 이 한 가지를 위해서 내 몸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되니까요. 이렇게 몸에, 마음에 활을 새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활에 화살을 메기고, 화살을 보내는 그 순간까지 말입니다.
활을 낼 차례가 되면, 화살을 활에 메기고 활을 머리 위로 듭니다 (이것을 '거궁'이라고 해요). 주변을 살펴보고, 잠시 숨을 고른 후에 활을 당깁니다. 그리고 잠시 정지. 화살을 보내기 전에 마음속으로 '나'를 점검합니다. 바른 자세로 서 있는지, 활은 제대로 들고 있는지. 무엇보다 마음이 이 화살 하나에 모이고 있는지를요. 그렇게 '나'에게 조용하고도 격렬하게 집중을 하다가 발시(發矢). 제 마음은 과녁을 향하고 화살은 자유롭게 다른 곳으로 향하지만, 우선은 뿌듯합니다. 오늘은 '나'를 바라보는 방법과 화살을 잘 떠나보내는 방법을 배웠으니까요.
화살을 보내고 나면 (그리고 팔과 뺨에 멍이 들고 나면), 몸과 마음은 얼얼하면서도 참 평안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위에 둥둥 떠서 흘러가다가도 활과 화살을 잡으면 '잠시 멈춤'을 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저를 살피고 '잘할 수 있다.'라고 격려합니다. 제 잘못을 찾고, 고칩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자 저를 지그시 바라봅니다. 날아가는 화살을 따라 번잡한 마음도 떠나갑니다. 그래서 활을 내고 나면,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이 다가옵니다. 사대(射臺). 활을 쏘려고 서는 그 자리는 꼭 활을 쏘기만을 위한 자리만은 아닌 듯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고,
스스로 자신에게 충고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자기 내면을 응시하면
당신은
언제든
마음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습니다.
- 초역 부처의 말, 169쪽
커버 이미지 : 무용총 수렵도, 출처: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culture/8034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