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묶고 있는 줄은 무엇인가요?
다시. 활을 배우는 날입니다. 오늘은 활을 보관하는 주머니인 궁대를 활시위에 묶습니다. 아직 화살을 직접 날릴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신나기 그지없습니다. 진짜 화살을 쏘는 것처럼 궁대를 당겨 활을 최대로 휜 상태에서 놓는 날이니까요. 궁대 화살 대신 활시위가 갖는 힘을 흡수해 주기 때문에 다칠 염려가 없습니다. 비록 빈 활을 이용한 수업이지만 마음만은 벌써 정식 궁사가 된 것만 같습니다.
며칠 사이에 모두들 힘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처음보다 더 강한 활을 당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활은 나를 차근차근 키워가는 운동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한 활을 당기는 연습을 계속하면서 점점 센 활을 다룰 수 있게 되니까요. 이제는 가장 약한 활은 아무도 잡지 않습니다. 모두 자신의 몸에 맞는 강한 활을 찾았거든요.
이제 연습용 활을 들고 ‘주살대’로 갑니다. 주살대는 화살을 긴 줄에 묶어 놓은 장대입니다. 이제는 진짜로 활에 화살을 메기고 당겨 놓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위험하지요. 아직 정식 사거리인 145m만큼 화살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활을 내는 자세를 연습합니다. 이를 '주살 내기'라고 합니다. 다음은 국궁 신문에 소개된 '주살 내기'에 대한 소개입니다.
주살 내기라 함은 긴 장대에 화살의 촉에 구멍을 내어 줄을 매달아 놓은 화살로 습사 연습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장대에 연결된 줄에 의해 습사를 해도 화살이 도망을 가지 않으며 위험 요소를 제거한 훈련 방법이다.
주살 내기 훈련은 신사(新射)가 처음 활을 배울 때 빈활 당기기를 마친 후에 하는 단계의 훈련 코스란다. 주살내기에서는 완전한 동작으로 화살을 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출처: 국궁신문(https://url.kr/64g4uc)
물론. 주살대에서 처음부터 화살을 잘 날려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화살을 활에 메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초보자답게 화살이 활 현에 걸쳐지지 않고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집니다. 모두가 그렇게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또 정겹기도 합니다. 그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활 현에 걸쳐진 화살이 드디어 날아오릅니다. 시위를 벗어나서 날아가는가 싶던 화살은 줄에 매달려 다시 돌아옵니다.
무언가에 매여서 날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집니다. 문득 황선미 작가님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암탉 잎싹이 가 우연히 얻은 알을 품어 기른 초록 머리. 청둥오리인 초록 머리는 집오리들을 가까이하다가 잡힐 뻔하지요. 우여곡절 끝에 벗어났지만 발목에 밧줄이 묶여 버립니다. 밧줄을 끌고 다니던 청둥오리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다른 청둥오리 떼를 만납니다. 늘 친구가 그립고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었던 초록 머리는 이들을 따라 함께 떠나기로 마음을 먹지요. 초록 머리의 뜻을 십분 이해한 잎싹이는 초록 머리가 떠나기 전날 밤, 잠든 초록 머리의 옆에서 밤새 밧줄을 부리로 쪼아 끊어줍니다. 비록 온전히 다 끊어내지는 못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짧아진 밧줄을 보며 초록 머리는 펑펑 웁니다. 자식이 훨훨 날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깊이 느꼈기 때문일까요.
마음속에 묶인 저마다의 줄은 아쉽게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옆에서 끊어 줄 수가 없습니다. 오직 나 자신만이 할 수 있지요. 저 줄만 끊어진다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화살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나를 잡고 있는 줄은 무엇인지 문득 긍금해졌습니다. 남들의 눈일 수도, 지금 현실의 삶일 수도, 과거의 어떤 기억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들의 눈이라면 잠시 내 눈을 감고, 과거의 어떤 기억이라면 지금 내가 그때의 나를 토닥거리며 최선을 다해 끊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삶이라면, 끊어내기는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언제나 꿈과 희망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 줄을 가장 강력한 이곳, 현실로 만들어 보니 또 그 줄이 새롭게 보입니다. 어차피 현실인 이곳으로 돌아와야만 한다면, 묶여 있는 화살처럼 잠시라도 날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만 같아집니다.
잠시라도 신나게 날아 보고 싶어서,
이 화살에 마음까지 달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