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처음부타 다시 서 봅니다.
첫날.
간단하게 신청서를 작성하고 교육비를 납입했습니다.
교육비는 각 활터마다 다릅니다만, 저희 활터에서는 전체 입회비의 절반을 우선 교육비로 받으셨습니다.
교육장으로 들어가니, 이미 몇 주 전부터 하셨던 분들께서 한참 빈 활을 당기고 계셨습니다.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그 모습에 벌써 존경심이 솟아납니다. 세상에, 정말 활을 당기는 분들이 계셨네요.
그러나 오늘 처음 온 새내기들에게는 아직 활을 잡을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팔 굽혀 펴기부터 시작합니다. 팔 굽혀 펴기는 국궁의 기초 운동입니다. 아무래도 어깨 힘이 좋아야 활을 당기기가 좋으니까요.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무엇이든 기초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팔 굽혀 펴기를 한 20개 정도 했을까요? 첫 시간 수업에 바로 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왼쪽 발은 앞쪽으로 바로 향하고, 오른쪽 발은 약간 팔자를 그리면서 자세를 잡습니다. 전체적인 발의 모양은 정(丁) 자도, 팔(八) 자도 아니지요(非). 그래서 이 발의 모양을 비정비팔(非丁非八)이라 부릅니다.
문득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자리에 서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 어린 시절, 기억도 없지만 무언가를 쥐고 몸을 일으켰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다시 섰던 것도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우지도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그리하였지요. 그리고 어른들은 일어서려는 아이를 응원해 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잡고 일어서고 주저앉았다가 또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 발을 떼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걷고 뛰었기에, 서는 것도 걷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잊었습니다.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얼마나 열심히, 바로 서는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요. 두 발로 나를 지탱하고 이 세상에서 똑바로 서 있는 일이란, 얼마나 많은 넘어짐을 담보로 해야만 하는 일인지를요.
그렇게 넘어졌던 덕분에 나이를 먹을수록 넘어지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마음이 넘어지는 날들이 늘어났습니다. 발딱 일어나서 다시 잡고 일어서고 또 뛰던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마음의 무게 때문에 그저 망연히 앉아 있던 나날들도 같이 늘어났던 것도 떠오릅니다.
활을 처음 배울 때, 저는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서 있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회사일도 힘들고 양육에도 지쳐갔거든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놓쳤던 기회들이 생각나고, 예전에 잘못했던 선택들이 다 아쉬웠어요. 그 모든 것을 품고만 있으려니 마음은 무겁고, 제자리에 온전히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발끝을 보면서 묵묵히 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서 오늘 하루가 갔구나. 안도와 아쉬움이 섞인 한숨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고요.
힘들 때,
바로 서는 방법만 다시 배워도 숨이 트이는구나.
그래서 첫날. 비정비팔로 서 있는 제 발끝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살짝 돌았습니다. 답답함이 가득 차서 펑 터질 것 같은 마음 풍선의 입구가 풀리면서 '삐이이~' 소리와 함께 작아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몇 번을 고쳐서 다시 서봤는지 모릅니다. 오늘 하루 그저 다시 서는 방법 하나만 제대로 배웠기에 족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