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잡아 보는 전통활

나부터 돌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by 홍유

활을 잡아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활을 한 번 잡아 보았습니다. 예전에 아이를 데리고 놀이 공원에 갔는데, 양궁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활을 잡고 한 번 체험을 해보고는 무언가 얼얼하고 얼떨떨했던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활터에서 활을 처음 배울 때, 처음 잡는 활은 그곳에 있는 가장 가벼운 활입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강궁을 잡으면 당기기도 쉽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가장 가벼운 활을 골라서 들면, 바로 잡는 방법을 배웁니다.


김홍도활쏘기.jpg 김홍도의 활쏘기 그림/출처: 국궁신문

그림에서 보시면 활을 잡고 활쏘기를 배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활을 잡고 있는 손을 줌손, 화살을 잡는 손을 각지손이라고 해요. 활줄이 워낙 장력이 세다 보니, 맨손으로 당기지를 못하고 깍지라는 것을 끼고 당겨야 하지요.


활을 잡으면, 활시위를 당겨보기 전에, 바로 잡는 방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내 손의 힘점과 활의 힘점이 일치하도록 활을 잡아야 하고, 줌손의 하삼지(중지, 약지, 새끼 손가락)에 힘을 주어 활을 버텨줘야 합니다. 이렇게 활을 올바르게 잡고 활시위를 당깁니다. 최대한 끝까지 당기되, 끝까지 당긴 활시위를 그대로 놓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아무리 가벼운 활이라도 활의 탄성은 몸에 생각보다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지요. 화살을 메기지 않은 활을 당겼다가 놓는 것은 그 충격을 그대로 내 몸으로 받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내 몸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 사범님께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사실 목이 살짝 메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몸을 혹사할 줄만 알았습니다. 항상 제 몸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거든요. 밤늦게까지 졸음을 참고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아파도 꾹 참고 학교든 회사든 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습니다. 아프다 피곤하다 말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사람의 투정이라고만 생각하기도 했고요. 만성 피로란,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여겼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에는 그 누구도, 나 스스로 나를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열이 펄펄 끓어도 해열제를 먹고 학교를 가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제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지독한 감기에 걸렀어도 회사에 가서 앉아 있었던 20대의 제가 떠오르니 마음속에서부터 눈물이 묵직하게 올라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너무 힘들게 사는 듯합니다. 사는 것은 우리인데, 누구를 위해서 사는지도 모르게 내 몸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감기도 웬만큼 심해지기 전까지는 병원도 잘 안 가고 스스로 낫기를 바라지요. 야근, 시간 외 근무, 투잡을 넘어선 N잡. 너무나도 힘들게 열심히 삽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은 분명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순간도 한 번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활을 배우면서 나를 챙기는 방법도 함께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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