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루를 온전히 살아보려 합니다.

by 홍유
하루를 산다는 것은
우리 삶에 존재하는 유일한 '순간'들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 파서블, 김익한, 인플루엔셜.


개인 활과 화살을 구입했습니다. 이제는 연습용 궁시(弓矢) 대신, 나만의 활과 화살을 갖고 사대로 갑니다. 계속 사대 안쪽으로 한 걸음씩 들어오는 연습을 합니다. 이제 거의 사대에 도착했습니다. 곧 정식 사원으로 인정을 받을 날이 다가옵니다.


제가 교육을 받을 때는 여름이었습니다. 정말 더웠지요.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모기는 또 어찌나 많던지요. 가만히 사대에 서 있기만 해도 내리쬐는 태양에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아무리 물어도 활을 내는 데 집중하느라 꼼짝도 하지 않으니, 모기 입장에서는 사대가 잔치집이겠지 싶었습니다. 비도 그렇게 많이 왔습니다. 어느 날은 교육 중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그 비를 쫄딱 맞으면서 활을 내는데도 정말 신이 났습니다. 비를 맞고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어요. 그때에는 비도, 눈도 신나게 맞고 다녔는데, 요즘은 그저 신나게 맞을 수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빗발을 바라보며, 오늘 아침에 창문을 닫고 나왔는지부터 걱정이 되니 말입니다. 그러는 제가, 쏟아지는 빗물을 닦아 내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과녁만 바라보며 활을 내는데, 이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멋있더군요.


무엇보다 한 걸음씩 사대에 가까워지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조금씩 커가는 것 같아서, 그야말로 레벨업이 되는 게임에서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만 같아서요. 어제보다 한 걸음 더, 지난주보다 두 걸음 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쌓아가는 시간들은 결국 145m라는 거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언제 저기까지 갈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도 못해 본 일들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야말로 "시작이 무서워서 미룬 이"였던 것 같아요. 사실 하루에 한 걸음씩, 하루에 한 번씩만 해보았다면 분명 예전에 도착을 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 꾸준한 한 걸음을 딛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왜 시작도 못하고 지레짐작한 채 포기를 했는지. 이제야 그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 한걸음을, 지금 활과 함께 떼면서 그 귀함을 깨닫습니다.


한걸음의 힘으로 화살을 하나씩 과녁으로 보낼 때마다, 내 가슴으로 나에게 칭찬의 말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 화살과 함께 도착한 말들을 마음속에 단단히 꽂아 줍니다. 칭찬에 인색했던 다른 사람들이 제게 절대로 해 주지 않았던 말들을요. 제가 참으로 지치고 힘든 순간에 정말 듣고 싶었고 필요했던 그 말들, 제가 저에게 해 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그 말들을요.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그 발걸음이 참으로 귀하다고.

비록 비에 젖는 순간이 있더라도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다고.

나는 참으로 잘 살아왔고,
지금도 정말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잘 살아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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