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함께 - 4. 공부 탐사기 1편
아이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던 차(tea)를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을 마친 아이와 간단히 김밥을 먹고, 입학 설명회에 참석했다. 교수님과 안면도 익히고, 주변 분들과도 어느 정도 인사를 나누었다. 학사 학위가 있으면 굳이 1학년부터 입학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고, 3학년 편입을 지원했다. 간단하게 입학지원서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받고 합격했다. 통상 사이버 대학교라 부르는 디지털 대학교의 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온라인 수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졸업 학기까지 140여 학점을 채워야 한다. 편입을 하면서 절반 정도는 인정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배워야 할 과목들이 많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듯했다. 그래도 즐겁다. 컴퓨터에 대학교 이름을 넣은 폴더를 만들었다. 하위 폴더에 과목별 폴더를 만들어 넣으면서 강의 교안을 다운로드하였다. 차학 개론, 커피학 개론 등등. 시험은 어떻게 보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면서도 약간 겁도 났다. 교수님께 추천받은 교양 과목도 넣어 놓았다. 아이의 입학 일주일 전. 나의 디지털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차. tea. 세상의 모든 차는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차나무 품종에서 기원한다. 찻잎을 바로 따면 녹차, 이제 막 나서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찻잎을 따면 백차, 녹차를 덖어서 발효를 시키는 정도에 따라서 황차, 청차, 흑차, 홍차가 된다. 홍차는 영국과 중국 사이의 아편 전쟁의 원흉이 되었던 차이기도 하다. 홍차도 종류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하동에서 생산되는 잭살차(홍잭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하동의 차 축제에 다녀왔을 때, 구입해 보았는데 은은한 향기, 붉은 차의 색이 좋았다. 뒷맛이 씁쓸할 수도 있는 다른 홍차와 달리 약간 담백하게 느껴지던 맛도 일품이었다.
백차는 어린잎을 따기 때문에 너무나도 연하고 귀하다. 녹차는 우리는 물의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에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황차는 아직 못 만나봤고, 청차는 철관음이 유명하다. 맛이 철처럼 묵직하지만, 관음보살의 미소처럼 아름답다는 철관음의 맛. 마시기 전에는, 미스터 초밥왕처럼 관음보살의 미소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관음보살의 미소를 언제 떠올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입이 영 차를 못 가려내는가 보다. 흑차는 보이차가 대표적인 차이다. 밀크티로 만들어 먹었더니, 유명한 티라떼와 맛이 비슷하다는 감상을 들었다. 꿀을 빼고, 다시 만들어 보았지만, 여전하다. 우유를 섞지 않은, 차 자체의 씁쓸한 맛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보이차는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한다. 보이차를 농축해 놓은 “보이차고”를 구입해 놓고 필요한 날에 조금씩 꿀을 타서 마신다. 묵직한 보이차의 맛에 꿀의 달콤함이 가해지면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 든다.
차와 관련된 시(詩)와 고전을 배우고, 커피도 배웠다. 허브티에 관한 강의도 듣고, 차를 품평하는 법과 차 산업에 대한 내용도 배웠다. 찻잎을 섞어 블렌딩을 하는 방법도.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열심히 배우며, 내 세상에 차를 한 세트 들여놓았다. 그리고 맞은 코로나. 모든 실습이 취소되면서 차를 글로만 배우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책으로 익히고 강의로 배우고. 그리고 차를 우려 마시면서 이것이 맞는지 늘 의문이 들었다. 차와 관련된 디저트도 만들어 보았다. 홍차를 배우면서 함께 배웠던 스콘. 강력분을 사서 아이와 함께 집에서 오물조물 만들어 본 스콘도 재미있었다.
코로나와 함께 2년이 지났다. 졸업을 했다. 학위증은 집에서 배송받았다. 홍차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몸으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한 것에도 미련이 남았다. 졸업을 하고 나니 집에는 몇 개의 차와 찻잔 세트, 그리고 차를 배운 내가 남았다. 배움 끝에 남겨진 나는 길가의 풀꽃도 차를 우려 마시면 어떤 향미가 날지 궁금해졌다. 길가의 꽃도 그냥 흘려보지 못한다. 그리고 새롭게 다른 것을 배우고 싶어 져서 다른 사이버 대학교에도 지원을 했다.
사이버 대학교에는 배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현생을 열심히 살면서도 배우고 싶어 모이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 인터넷으로 집에서 시공간 제약이 없이 공부를 하면서, 온라인으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소모임도 만들어 더 깊고 나은 공부를 하려 노력한다. 공부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다. 공부는 삶을 비옥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이 아닐까 하는. 시험을 목적으로 오롯이 그것만을 바라보는달리기가 아니라 열심히,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의 조각이라는 것을 새롭게 배운다. 어느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남들보다 잘해서 빛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직 무언가를 향하는 노력.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시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마음. 그 모든 것이 공부임을 디지털 대학교에서 새롭게 또 경이롭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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