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읽기 프로젝트 35 -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저는 갇혀 본 적이 없습니다. 딱히 신실하게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MBTI가 I로 시작하는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에 갇힌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바깥에 저를 보여주지 않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렇지만 집에 있는 모든 문이 사라진 채, 정말 타의에 의해 갇힌다면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것만 같습니다. 일단 집에 있는 모든 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는 설정부터가 말이 안 되기는 하지요. 그런 일이 일어나 버리고, 집에 갑자기 초등학생 두 명에 갇혔습니다. 바깥에서는 엄마에게 아이들의 결석을 알리는 전화가 울리고, 엄마는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옵니다. 희한하게도 집은 그대로인데, 아이들만 사라졌습니다. 분명 가까이 있는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지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집에 갇힌 아이들. 엄마 없이는 무엇도 해보지 않았던 아이들. 이 아이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삶을 꾸려가야 합니다. 다행히 집에는 비상식량이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장을 봐 놓은 신선 식품도 있네요. 이제 구조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살림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서툴지만, 아이들은 금방 적응을 합니다. 라면도 척척, 설거지도 척척, 빨래에 화장실 청소까지. 아이들의 서툴고도 훌륭한 일상은 아이튜브를 통해 엄마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점점 관심을 보이지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갑니다. 아이들은 냉장고에 있던 유정란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만납니다. 남매의 이름에서 ‘해’ 자를 따서 “해병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지요. 그리고 “해병이”에게 기대어 희망을 품지요. 그리고 결국 그날이 옵니다. 두 아이 중 누나인 해리가 정말 멋진 말을 남깁니다.
문이 없으면 우리가 문이 되는 거야.
그리고 아이들의 탈출이 시작됩니다.
결론은 어떻게 나올까요? 사실 저는 아이들의 조난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의 천진함과 순진함,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다른 아이의 성숙함. 현실 남매인 이 둘이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도 궁금하고, 이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들의 탈출 과정. 저도 모르게 같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책을 읽게 되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이 실종된 상태에서 아이들의 귀환을 바라는 노란 메모지가 현관문에 붙어 있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생 많아, 힘들지, 기다리고 있어, 사랑해……
우리 이런 마음을 함께 느끼지 않았나요. 저는 그날의 그 애절하고 간절했던 마음이 기억납니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던 사람들의 염원과 그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던 마음도요. 있을 수 없는 일로 지금 내 곁에 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 그 마음에 공감하고 함께 해주는 연대의 힘. 엄마가 이 메모들이 뿜어내는 빛 아래에서 울고 있는 삽화까지. 세상은 그렇게 타인의 아픔도 함께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곳 같습니다.
인생의 앞뒤가 꽉 막힌 것 같고, 내가 어디엔가 갇혀 버린 것만 같고. 그런 날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집에 갇힌 적도 있었지요. 불과 5년 전.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그러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그 시간을 기어이 잘 이겨냈습니다. 그때 모두가 탈출의 문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열었지요. 그 경험으로 우리는 또 다른 문 앞에서 두드리고 다른 문을 찾아 반드시 힘든 상황을 탈출해 낼 것입니다.
<제25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 수상작>이라는 제목도 그러합니다만, 이렇게 멋진 어린이 동화를 만나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소위 말하는 떡밥이라는 것을 회수하는 방식도 최고였고요. 무엇보다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쓰시는 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또 쓰시면서 노력을 하셨을까요? 그 덕분에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 독자는, 그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해볼테냥”의 등에 붙여 보내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커버 이미지: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앞표지,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