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야기2
아이의 방학 숙제 중 선택과제가 있었다. 가족과 함께 요리하기. 방학 중에는 잊고 있다가, 개학 전날 갑자기 생각났다. 그나마 개학 전에 알았으니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무엇을 할까 하다가,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할만한 요리를 생각해보았다. 냉장고 안에서 유통기한이 남은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찾았다. 베이킹을 하면 되겠다. 간단하게 스콘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버터를 사러 함께 나가고, 레시피를 함께 찾았다. 오랜만에 재료를 계량했다. 반죽하는 법을 알려주고,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했다. 모든 과정을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스콘. 영국에서 유래된 밋밋한 빵이라고 하면 제일 무난할 듯 싶다. 19세기 중반에 베드포드 공작 부인이 애프터눈 티에 활용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홍차와 곁들이는 빵. 잼을 발라서 달게 먹거나, 옥수수 등을 넣어서 짭짤하게 먹지만 홍차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만든다. 영국 아이들이 생애 최초로 집에서 만들어 보는 과자이다.
스콘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반죽에 찰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반 밀가루 대신 박력분을 사용한다. 박력분을 사용해도 반죽을 짧은 시간에 해야 한다. 반죽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찰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버터는 차가운 상태로 잘게 잘라 넣는다.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 소금, 설탕과 함께 서글서글하게 섞는다. 어느 정도 뭉치면 차가운 우유와 계란을 하나 넣고 반죽을 만든다. 스콘은 빵의 결을 잘 살려야 한다. 반죽을 반씩 잘라 겹쳐 주고 밀대로 민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한다. 예쁜 빵결을 만드는 핵심 과정이다.
30분간 반죽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밀가루의 글루텐은 차가운 곳에서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스콘 특유의 부슬부슬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도 이 과정이 필요하다. 냉각되는 과정에서 반죽이 살짝 굳으면 모양을 찍어 내기 좋다.
냉장고에서 꺼낸 반죽을 적절한 두께로 밀어서 모양을 만든다. 옆에서 아이는 쿠키 커터를 이용해서 열심히 모양을 찍어 낸다. 나는 칼로 반죽을 쓱쓱 썰어낸다. 아이는 동그라미, 별, 꽃모양을 만든다. 내가 만든 것은 직사각형, 삼각형 모양이다. 딱 한 번, 우리의 감성이 드러난다. 예열한 오븐에 넣기 전에 반죽 위에 계란물을 입히고, 적당한 온도에서 구워낸다. 드디어 완성이다.
스콘은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고소했다. 간이 조금 더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과제를 제출하려고 매 순간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좋은 기록이 남는다. 아이가 자라난 증거. 작고 포동포동한 아이의 손이 훗날 크고 갸름해졌을 때 회상할 수 있는 추억. 사진 속에서 스콘을 떠올릴 수 있는 맛과 향기. 오늘 날씨마저 상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여러장의 사진에 가득 담겼다. 여름이 남았다.
스콘은 그렇게, 여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