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 독서캠프

여름이야기1

by 홍유

여름 독서 캠프가 끝났다. 아이들 방학과 함께 시작해서, 방학과 함께 끝났다.

관내 독서 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된 두 팀이 모였다. 한 팀은 초등학교 3학년 6명(독서동아리 원 구성원 5명+초청 1명), 다른 한 팀은 초등학교 2학년 6명으로 구성되었다. 두 팀 모두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3년 차 초등학생 아이를 둔 우리는, 방학 숙제로 <매일 책읽기>가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다섯 글자는 생각보다 실행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매일>이라는 것이 붙어서 쉽게 성공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매일 하는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꾸준히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만 같다. 어른도 그러할진데, 아이들이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엄마들의 의견은 한 곳으로 모였다. 강제성을 띤 무언가를 만들자고.

그렇게 여름 독서 캠프를 만들었다. 주기적으로 보는 다섯 명만 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인원이 함께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개인적으로 친하던 2학년 팀 엄마에게 의견을 전했고, 다들 흔쾌히 함께 해주셨다. 캠프는 온라인으로 준비했다. 매주 주중에 책을 읽고, 짤막한 소감이나 책 속의 좋은 문구를 밴드에 올린다. 인증샷은 자기가 읽은 책 표지 사진으로 한다. 매주 한 권의 학습만화는 허용한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매일 해야 한다는 부담은 분명히 있었다. 몇 명이나 20권을 완독할지 궁금했다.

첫 주는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다. 캠프를 어떻게 끌어갈지 생각하는 것과 실제 운영하는 것은 분명 괴리가 있었다. 첫 주 금요일에 그 괴리를 직면하고 말았다. 아이들마다 이름에 태그를 달아서 글을 올려달라고 했는데-이렇게 하면 개인 글만 모아서 볼 수 있다- 태그를 단 아이는 반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문집을 만드려면, 고생을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알고는 있으나 적용하지 못한 것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어쩔 수 없다. 그저 매일매일 내가 검토하면서 아이들이 올리는 책 목록을 따로 작성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둘째 주, 셋째 주. 휴가 기간에는 잠시 쉬어도, 아이들은 일상으로 복귀하면 책도 열심히 읽고 성실하게 기록했다. 자기 글이 어딘가에 기록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듯 보였다. 학교에서 준 추천목록에 포함된 책도 자주 올라왔다. 셋째 주 중반에 들어서자, 책 표지만 봐도 누가 기록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을 보고 느낀 점도 처음에는 한 줄 정도로 간단하게 올라왔지만, 점점 분량이 늘어났다.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방법도 스스로 깨우치는 듯 보였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풍부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매일 읽고 쓰기>의 효과였다.

오늘은 우리 독서 캠프의 마지막 날이다. 다음 주에는 개학을 한다. 집에만 있느라 똑같아 보였던 하루였지만, 각각 다르게 보낸 하루는 200여 장의 책 표지 사진으로 남았다. 방학 동안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보면,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 법하다. 이제 이 자료들을 정리해서 한 권의 문집을 만들고자 한다. 문집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몇 명이나 함께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 여름은 그렇게 작은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여름에는 아이들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한 날보다 20일째 되는 오늘, 마음도 몸도 더 많이 자라기를 바랐다. 만화책도 슬기롭게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했다. 꾸준하게 일상을 살면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고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원했다. 아이들은 내 기대보다 더 크게 자신의 몫을 가져간 듯하다. 훗날, 오늘까지의 기록을 들춰보면서 아이들이 당당해지기를. 여름 방학 끝자락의 금요일 밤에 소원 하나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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