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으로

봄이야기3

by 홍유

한의원에서 맨발 걷기를 해보라고 추천해줬다. 맨발로 흙길을 걸으면, 건강에 여러모로 좋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오전에 30분 동안 산길을 걸었다. 감사하게도 집 앞 큰길만 건너면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서 손쉽게 시작했다. 집 앞이지만 그래도 혼자는 무서웠다. 산속 깊이는 들어가지 못하고 산 입구에서 오솔길을 오가는 정도로 가볍게 걸었다.


처음에는 길바닥만 뚫어져라 봤다. 혹시라도 유리 조각이라도 있을까 봐, 혹시라도 송충이를 맨발로 밟을까 봐, 오롯이 길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이제 길에 익숙해졌을 즈음.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 위쪽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라기에는 지나치게 가볍고, 바람 소리라고 생각하기에는 살짝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두리번거리다가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까치 한 마리가 오래된 낙엽 위를 폴짝폴짝 걷고 있었다.

나는 흙길 위에서, 까치는 낙엽 위에서. 맨발로 걷던 두 생명이 만났다. 까치를 보고 나니 어디선가 “포로롱 짹짹”거리며 우는 새소리도 들렸다. 바람에 나뭇잎은 소삭거리고, 가끔 윙~하며 벌레도 붕붕 날아다녔다. 길가에는 예쁜 들꽃들이 가득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길 위에 수많은 생명이 나와 함께 맨발로 걷고 있었다. 고요하던 숲길이 새삼스럽게 부산스러웠다. 어느새 봄과 여름이 함께 걷고 있었다.


산은 부지런하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신만의 시간을 똑딱거리며 열심히 걷는다. 하루하루 새싹을 길러내고, 꽃을 피운다. 봄의 산 속에는 상수리 나무에서 아직 익지 못한 파란 도토리가 떨어져 있다. 엄마 까투리가 아기 꿩들을 데리고 걸어가는 뒷모습도 나타난다. 꿩을 보고는, 혹시라도 놀랄까 봐 숨을 죽이며 뒤따라 걸었던 날도 있다. 그 날, 주변에는 이름 모를 보랏빛 꽃도 가득했다. 다시 일주일 뒤에 산을 찾으면, 연한 녹색은 점점 짙어져 온통 초록이 되어 간다. 문득 색이 진해졌다 느끼면, 산속에는 이미 여름이 가득하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신비로운 이야기 속을 향하는 느낌이다. 하늘 가득한 나뭇잎이 만들어 놓은 터널 뒤로 새로운 세상이 나타날 것만 같다. 마치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처럼. 나니아 연대기의 벽장 속처럼 말이다. 항상 그 뒤로는 봄날의 생생한 연초록이 펼쳐진다.


산속으로 향할 때면, 언제나 설렌다.

keyword
이전 02화티 블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