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여름이야기3

by 홍유

호캉스를 떠났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갈 수도 없다. 불안하지만 휴가는 떠나고 싶다.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덕수궁 근처의 호텔을 하나 발견했다. 문득,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 도심에서 1박을 해 본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이 아니면 서울에서 관광객처럼 머물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예약을 했다.


호캉스는 정말 좋았다. 우선. 하루 삼시 세끼의 부담에서 나를 건져주었다. 식사 패키지를 예약한 덕분이다. ‘오늘 뭐 해 먹나?’를 하루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는 최대의 난제로부터, 아무리 더워도 아이가 먹을 것은 불 앞에서 끓여 내는 인내의 시간으로부터 나는 완벽하게 멀어졌다. 땀을 흘리며 청소를 하는 시간도 잠시 안녕을 고했다. 시원한 바람 밑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출간할 책의 원고를 쓰고, 웰컴 드링크로 받은 라떼를 쪽쪽 빨아 마시면서 책을 읽고, 침대 위를 뒹굴었다. 여기가 무릉도원이구나. 일상의 결핍이 주는 즐거움은 상상외로 크다. 물론 돌아갈 곳이 있기에 만끽하는 일탈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일상은 무겁다. 입고 있는 동안에는 익숙해서 잘 모르지만, 벗은 채로 느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무엇인가 삐걱대며 바뀌기 전까지는 모르던 것들. 작년 초 제법 규칙적이었던 나의 오전 일과는 순식간에 아이와 함께하는 홈스쿨링 시간으로 바뀌었다. 쳇바퀴 돌 듯 반복해서 단조롭다고 생각하던 일상이 한순간에 바뀌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 단조로움에 기대어 살아왔다는 것을.


가수 이적이 노래 <당연한 것들>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서야 알게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예전의 평범함은 잃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다시 만들어진 평범함은 어떤 의미일까? 이미 시계는 다시 돌고 있고, 나의 삶은 다른 단조로움으로 채워졌다.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당연한 듯 마스크부터 챙기고, 집에 있는 시간에는 여러 권의 책을 쌓아놓고 한 번에 들춰본다. 곤란한 약속은 코로나 덕분에 자연스레 멀어졌다. 집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니,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고 조금 더 정돈하며 살려고 궁리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도 늘어난다. 단점도 눈에 보이지만, 장점을 찾는 눈도 함께 길러진다. 그렇게 다시 만들어진 평범함은 새롭게 반복되고 있다.


호텔을 떠나면, 나는 또 삼시세끼 반찬을 걱정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닥을 쓸며 잠을 깰 것이다. 숙제를 밀리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아이에게 뽀뽀를 하면서 안아주기도 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아이와 함께 줄넘기를 하러 나가고, 이따금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한아름 빌려오고,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고, 아이스 코코아를 사서 마신다.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담담히 살아내면서 삶을 만들어간다. 반복을 견디는 힘의 원천은 단조로운 일상이다. 그래서 호캉스를 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내일을 은근히 기대한다. 이것은 여행이 끝나는 날,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면서 느끼는 그 기분과 결이 같다. 돌아갈 곳이 있는 일상이 기다려주는, 일상을 가진 자의 여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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