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1
청소하는 것은 참으로 괴롭다. 일단 하면 깨끗해져서 좋은데, 하는 과정이 왜 이리 싫은지 모르겠다. 바닥에 널려 있는 것들을 하나씩 치우는 것이 버거워서 한쪽으로 몰아 놓고 한 번에 정리하면, 아이 책이 45%, 내 책이 45%, 쓰레기로 분류되는 것이 10%이다. 바닥에 뭔가를 늘어놓는 내 습관은 대를 이어 전해지려나 보다.
예전에는 일반 빗자루로 바닥을 쓸면서 같은 작업을 했다. 바닥에 널린 것들을 치우고 진공 청소기로 한 번 먼지를 더 빨아낸 후에, 물걸레질을 슬슬 하면서 청소를 마쳤다. 그렇게 깨끗해진 바닥은 밟는 느낌부터 다르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지저분해지지만, 개운한 마음을 잊지 못해서 매일 아침 빗자루를 든다. 문제는 빗자루 사이사이 먼지가 끼면서부터 쓸어내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빨아줘야 하는데, 늘 의식적으로 잊어버린다.
팀 쿡 작가가 쓴 <발명의 역사>에서 말하기를, 1901년 처음 진공청소기가 발명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안에 들여 놓지도 못할 크기여서 청소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지만, 1907년 제임스 스팽글러와 윌리엄 후버가 개선하면서 먼지 봉투가 있는, 상용화된 진공청소기가 만들어졌다. 1978년 영국에서 제임스 다이슨이 먼지 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시작하여, 10여 년의 연구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렇게 청소 도구의 혁신이 이루어졌다.
유선 청소기마저 사양길을 걷고, 무선 청소기가 일반화되는 이 시점에서, 나는 실리콘 빗자루를 샀다. 바닥에 널려진 책들 사이로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은 웬만한 곡예사 못지않은 정교함과 노련함을 요구한다. ‘나의 습관을 바꾸고 신문물과 발전된 청소 기술을 획득할 것인가?’ 아니면 ‘습관을 유지한 채 계속 빗자루를 사용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나는 두 가지를 모두 선택했다. 습관을 유지하면서 신문물인 실리콘 빗자루를 도입했으니 말이다.
실리콘 빗자루는 정말 좋다. 일단 쓸어내기 시작하면, 바닥의 모든 먼지가 돌돌 뭉쳐서 실리콘 부분에 달라붙는다. 정전기 유도 현상을 눈으로 보게 된다. 얇아서 다른 도구가 들어가지 않는 곳, 장롱 아래, 에어컨 뒤쪽까지 빗자루를 넣어서 먼지를 뭉쳐 꺼내니 정말 개운하다. 실리콘이 바닥을 적당히 닦아주는 효과까지 있어서 물걸레질에 드는 품이 조금은 줄어든다. 길이가 꽤 길어서, 앉지 않고 선 자세로 빗자루질을 할 수 있다. 단단하니 바닥에 늘어 놓은 책을 밀어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먼지가 묻은 빗자루 끝은 물로 쓱 씻어서 화장실에 걸어 놓으면 금방 마른다. 심지어 <1+1행사> 기간에 구입한 덕분에 한 개 가격으로 두 개를 샀다. 이 정도면 나의 신문물 도입은 아주 성공한 셈이다.
실리콘 빗자루에서 과학 원리를 읽는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방구석에 먼지가 돌돌 뭉치는 현상을 이용해서 먼지를 직접 끌어내려 하는 지혜를 찾는다. 내 손을 거쳐야만 안심하는 못된 습관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왕 하는 일 꼼꼼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내 성격도 발견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덕을 보고 살지만, 일상만큼은 천천히 기어가고 싶어 하는 나를 찾는다.
천천히 기어가는 삶은 참 풍성하다. 차를 타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10분 만에 도착할 도서관을 30분 동안 걸어간다. 길가에 핀 꽃,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 비 오는 날 풀잎에 매달린 달팽이.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 파란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나무 사이를 날 듯이 오가는 청솔모. 그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신나서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까지. 예쁜 것들은 느린 시간 속에 풍성하게 들어찬다. 물론 기록은 스마트폰으로 한다. 디지털의 혜택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앞으로도 실리콘 빗자루를 열심히 사용할 것이다. 청소를 하면 조금씩 드러나는 깨끗해지는 바닥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청소기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한밤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한껏 이용하려 한다. 너무 옛날 것만 고수하지 않으면서. 때로는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도 곱씹으면서. 나의 노력이 필요한 곳에는 아낌없이 품을 들이면서. 인생길에 나타나는 일들에 숨은 뜻과 원리를 찾으면서. 느리지만, 어렵지만, 그렇게 풍성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