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삼천포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2)
가뜩이나 방향감각이 좋지 않은 인문은 마치 수학문제 푸는 사람처럼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는 안내표지판을 열심히 스캔했다. 어찌어찌 찾아간 사무실 문 앞에서 인터폰을 누른 인문이 앞에 핸드폰 통화를 하며 나오는 남자에게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니 잘못 오신 것 같다고 하는 게 아닌가?
어렵게 10층까지 도착했지만 여긴 인문이가 가야 할 B동이 아닌 A동 건물이었던 것이다. 면접시간에 아직 늦지는 않았지만 인문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인문이의 스마트폰, 하필 이럴 때 전화까지 오는지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전화 발신지는 다름 아닌 면접을 보러 가기로 한 학원 본사 사무실 번호였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다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인문이의 마음은 급해졌다. 친구와의 약속이든 회의시간이든 그 무엇이든 인문이는 최소 20여분 전에 미리 도착해 기다려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었다. 그런 그가 면접시간에 임박에 목적지를 잘못 찾아갔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그렇게 A동에서 빠져나와 B동을 가려는데 신중해질 수밖에 없던 인문이는 다행히 지하주차장을 관통해 B동으로 진입하면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약속시간에서 약 5분 정도가 지나 사무실에 도착하자 안내를 해주는 여직원은 마치 처음 여행온 곳에서 시내 건물투어를 막 마치고 온 사람처럼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던 인문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네며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했다.
3분여 정도가 지났을까? 대표로 보이는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문이가 먼저 말을 건네자,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 헷갈려서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오셨나요?”
“네~, 월요일이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편합니다.”
“그러시군요, 저희가 동탄하고 수원 쪽에 원장님으로 모시기 위해 이렇게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학원 쪽에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 퇴직하고 시작했으니까 3년 좀 넘었습니다.”
“운영히시는 학원의 주요 대상은요?”
“주로 초등학생들입니다. 과목은 독서논술이고요”
“그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은 아예 없나요?”
“중학생이 몇 있긴 한데 소수고요, 고등학생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주로 재수생 또는 고3학생들이 오는 학원이라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들하고 또 중고등학생들은 좀 다른 면이 있거든요”
“중3아들이 있고, 이제 막 대학 문을 두드리고 있는 아들이 있긴 하고요, 물론 제 자식이냐 학원을 이용하는 고객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들과 융합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먼저 와서 간식을 건네는 친구들도 있고 편지도 써서 주고 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따님은 없어요?”
“네, 아들만 둘입니다.”
“이력과 경력을 보니까 학원 경험은 있으신데 대상층이 좀 어리고, 경력 또한 길지는 않으셔서 저희 학원 같은 학원에서 근무하면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조금씩 질문의 내용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 같아 잠시 당황한 인문이었지만 자신의 강점을 열심히 피력했다.
“제 가장 큰 장점은 주변환경에 저를 잘 끼워 맞춘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학원시스템을 빨리 익히고 재원 중인 아이들과의 소통은 물론, 신규 재원생 유치를 위한 상담과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더불어 아직까지 학습과 교육을 통한 자기계발에 게을리하지 않는 성격이라 한창 공부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심리나 행동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을 하면서 이끌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경력을 보니 한 회사에 오래 다니셨는데 재직 중에도 뭘 많이 하셨고, 퇴직 이후에도 좀 이것저것 많이 하셨네요?”
질문을 받은 즉시 인문은 양념과 후라이드 치킨을 반반 주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우려스러운 면을 감춰야 할지 기대스러운 면을 부각해야 할지 고민하며 자칫 삼천포로 빠질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던던 인문이는 잠시 머뭇거린 후,
“어디에서든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매진해 블로그, 입주자대표회의 활동, 퇴직 후에는 보유 중인 자격증을 한 번이라도 활용해 보고자 모 대학 컨설턴트로도 일을 했고, 주택에 관심이 많아 LH자회사에도 잠시 근무를 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항상 도전하는 정신으로 경험한다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말을 맺고 나니 이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 인문이에게….
그 얘기는 오히려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될 수 있는데, 만약 우리 학원에 오셔서 근무를 하시는 중에도 계속 다른 것을 하시려는 건 아닐지…. 저희가 많은 원장님들을 보아왔는데 업무시간에 학생들한테 집중을 하셔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원장님도 계시고 하더라고요”
순간 인문이는 아차! 싶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고 생각이 든 인문은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업무시간 중에는 학생들한테 당연히 집중을 해야죠, 그 외에 학원과 관련된 부수적인 일은 할지언정 학원에 체류하는 시간에는 무엇이 되었든 연관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별을 해야죠”
그렇게 대충 얼버무린 인문이는 그 후로 대여섯 가지 정도의 질문에 답을 하고 나서야 약 40여 분간의 면접을 끝낼 수 있었다.
조리 있게 말씀도 잘하시고 학생들하고도 잘 통하실 것 같다는 대표의 격려말씀을 듣고,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하며 인문이는 사무실을 나섰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해 취업준비생이 보는 면접과는 분위기와 프로세스가 엄연히 달랐지만, 언제나 남들 앞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과정임을 인문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제 나이 오십을 넘으면서 얼굴이 두꺼워지고 말수가 많아진 탓에 면접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긴장감은 면접시작과 동시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음을 인문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약간 아쉬움이 남는 면접이었다고 생각하며, 재직 중에 그리고 퇴직 이후에 이런저런 경험과 경력에 대해 앞으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건물을 벗어났다.. 다음 면접에서는 보다 더 향상된 말솜씨를 뽐내기로 하고 버스정거장으로 향하는 인문이의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