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퇴직한 문과생 이야기

17. 스몰빅 다음은?

by 드리머


인문이가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못해도 와이프로부터 건네받은 사진 몇 장만으로도 인문이는 마치 현장에 직접 다녀온 사람처럼 글을 작성할 수 있었다. 물론 사전에 현지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과정 없이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름 그럴듯한 블로그 포스팅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정도였다.


회사에서는 기대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름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와 반대로 경기마스터락커 활동은 포스팅을 한만큼 그에 따른 평가를 통해 보상을 가져다주었으니 인문이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보상이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내재된 잠재력을 알게 해 준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면 참 고마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이런 글쓰기 역량에 대해 결은 조금 다르지만 회사 업무에도 일부 접목이 되어 당시 업무적인 보도자료, 인사말, 회의결과 작성 등은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가는 자질로 이어졌다. 다만, 스스로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데 결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리 고치고 저리 고쳐대는 상사들로 인해 본연의 글쓰기가 어려워 짜증이 좀 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기자단 활동을 이어가던 어느 날 경기도청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임인문 선생님 되시죠? 그동안 저희 기자단 활동을 너무 성실하게 열심히 해주셔서 경기베스트락커로 선정되셨습니다.”

“네?”


다소 의아한 대답으로 대응하는 인문이에게 그 담당자는 말을 이었다.


“저희가 총 30여 명에 달하는 경기마스터락커 분들 중에 작년 연말까지 활동과 보상에 대한 통계를 점수로 환산해서 10명의 경기베스트락커를 별도로 선정했습니다.”

“아… 네네”

“ 그 10명 중에 한 명으로 선정이 되셨고요, 특별히 도지사님과의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도지사님 일정을 감안해 24일 또는 27일 중 가능하신 날짜 모두를 저희한테 내일까지 알려주셔야 합니다.”

경기베스트락커까지는 알겠는데 갑자기 도지사와의 만찬이라고 하니 영광이라고 해야 할지 불편하다고 해야 할지 고민하던 인문이는


“만찬 장소는 어디인가요?”

라고 마치 당장이라도 참석할 것 같은 기대감으로 되물었다.

“도지사님 관사에서 진행합니다.”


아… 수원 시내에 호텔도 많은데 하필 관사라니… 나름 식탐계의 대부인 인문이는 적지 않은 실망감이 몰려왔으나 이번 기회에 도지사 관사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두 날짜에 대한 자신의 일정을 스캔했다.


“전 24, 27일 양일 모두 참석이 가능합니다.”

“네! 그럼 그렇게 알고 다른 분들 의견 취합되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다름 아닌 김문수 도지사였다. 경기도청 이전을 두고 자신의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팔았던 바로 그 김문수도지사.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활동 중이었던 인문이에게 그리 좋은 감정의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나름 영광된 자리라고 생각을 하고 반차를 내고 참석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며칠이 지난 후 24일로 정해졌다는 문자를 받은 인문이는 과연 어떤 분위기의 자리가 될지 궁금했다. 회사에서도 임원들과 식사라도 하는 자리면 어렵기 그지없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헷갈리는 판인데 도민으로서 도지사와 만찬을 한다니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오후 반차를 내고 오후 5시 즈음에 도착한 경기도청 정문에는 작은 미니버스 한 대가 인문이를 비롯한 10명의 경기베스트락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안상 개인적으로 도지사 관사로 오는 것은 불가했고, 단체로 버스를 이용해 이동했던 것이다. 혹시 검은색 안대를 씌우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정도의 보안 수준은 아니었다.

약 10여분 후에 도착한 관사는 마당이 있고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이었다. 마당에는 큰 개가 한 마리 짖어대고 있었고 정원이라고 하기엔 살짝 아쉬운 나무들과 풀들, 그리고 화분이 몇 개 있을 뿐이었다.


경기도청 관계자와 경기베스트락커 등을 합쳐 대략 20명의 인원이 관사 내부를 꽉 채웠다.

역대 도지사 사진, 그간의 도정 성과 등을 홍보하는 다양한 볼거리도 있어 잠시 관사 내부를 구경하는 시간을 가지고 넓은 식탁이 놓은 응접실로 향했다. 20명 정도의 인원이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니만큼 마치 대저택에 온 듯한 느낌까지 든 인문이는 입을 떠억 벌리고 다물지 못한 채 내부 스캔에 여념이 없었다.


한식위주의 음식들이 코스로 나왔다. 뷔페식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하는 인문이의 아쉬움은 첫 음식을 입에 대는 순간 사라졌다. 뭔가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과 향이 느껴졌다. 한창 음식을 음미하며 귀는 닫고 입만 열고 다음 음식 나올 차례를 기다리는 인문이에게 도지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교신도시에 사는 분이 어느 분이시더라…”하는 도지사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인문이의 막혀 있는 귀를 뻥 뚫었다.

“네~ 접니다.”

“아, 그러시구나… 광교 살기 좋죠? 집값도 많이 올랐던데 어떠세요?”

“네… 아직은 입주초기라 기반시설이 한창 공사 중에 있어 불편은 합니다만 완성될 즈음엔 그 어디보다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직 지하철도 공사 중이고, 호수공원은 가보셨겠죠?”

“네~ 아직 나무들이 무성하지 않아 그늘이 빈약한 게 흠이긴 해도 세월이 흐르면 이만한 곳도 없으거라고 생각합니다.”

“다행입니다. 좋은 곳에서 사시니까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정보 많이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만찬 중의 대화는 이런 방식이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과의 대화가 끝나고 디저트를 먹으면서 도 행정에 대한 건의사항, 도지사에 대한 궁금한 점 등을 질문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된 후에 시상식이 이어졌다. 표창장과 메달, 부상을 받아 든 10명의 경기베스트락커들은 그렇게 영광된 자리를 함께 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우리 경기도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애써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열정적인 활동을 당부하는 말을 건네고 난 후 도지사는 다음 일정 소화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주인 없는 관사에서 경기도청 관계자들과 마저 대화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미니버스에 몸을 실은 인문이는 그간의 경기소셜락커 활동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최초 교육을 신청하는 그때부터 지금 만찬을 즐기고 나서는 이 순간까지 큰 어려움 없이 그저 흥미와 재미로 이어간 활동에 대한 작은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내심 기뻤다.


다만 인문이의 잠재력, 대리만족, 노력에 대한 보상 등을 안겨다 준 경기베스트락커 활동이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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