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즐기자, 때우려고 하지 말고!
“경기베스트락커로 선정된 적이 있으시네요?”
인문이가 면접이 진행되는 회의실로 들어가서 앉자마자 받은 질문이었다.
“네, 1년 남짓 동안 매주 4개 정도의 포스팅은 꾸준히 하려고 마음먹고 하니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콘텐츠와 임인문 님 블로그의 주제가 잘 맞는 것 같아 선발이 되시면 열심히 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 민속촌에는 자주 와 보셨나요?”
“네 ~ 애들하고 한 두어 번 왔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특색 있는 음식들과 간식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고 특히 명절 때 전통문화 이벤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사계절 썰매장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나름 주말 관람객들도 많은 편입니다만 앞으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을 좀 늘리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자기보다 먼저 면접을 본 첫 번째 남자의 허탈한 미소가 떠오른 인문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질문의 수준이 흡사 정규직 직원채용 면접 시 질문을 방불케 한다는 느낌마저 든 인문이는,
“우선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방문을 하면 무료 입장하도록 합니다.”
“네, 그리고요?”
“민속촌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인터뷰 기사를 블로그에 게시해서 널리 홍보합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혹시 영어는 잘하세요?
정규직 채용을 위한 면접이 틀림없었다.
“프리토킹이 능숙하지는 않습니다만 바디 랭귀지를 접목하면 서로 오해 없는 소통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꾸준히 회화공부는 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답은 해야 했기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답을 하면서 분위기를 파악했다.
“네~, 혹시 독일어는 어떠세요?”
전공자인 인문이로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언어보다는 문학에 치중해 학점을 따서 독일어 회화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랬다. 회사를 다닐 때 행여라도 독일인 바이어 방문, 독일 출장 등 의외로 독일어를 활용할 기회가 적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회사의 부름을 모른 척하고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며 자리를 피해 자신의 실력을 베일에 감춰왔던 인문이었다.
“사실 독일어권에서도 영어를 다 사용하니 활용도가 낮긴 하겠습니다. 만약 우리 민속촌 블로거에 선발이 되신다면 어떤 방향으로 기획해서 포스팅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경기도 블로그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지역 내 명소와 축제를 빠짐없이 기록해 왔습니다. 저는 민속촌을 또 하나의 세상으로 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와 소식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저 또한 민속촌이라는 세상 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을 SNS 소비자와 함께 나누어 잠재적인 방문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원자 중에 나이가 좀 많은 편에 속하시고 제일 연장자네요… 젊으신 분들과 소통에 문제는 없으실까요?”
“젊고 늙고를 떠나 소통에는 자신 있습니다. 기자단 리더를 하면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0여분 남짓 진행된 면접을 끝내고 회의실을 나서 가방을 챙기고 가려는 순간, 아까 말울 건네온 여성이 인문이에게 말을 건넨다.
“어떤 거 물어봐요?”
“관람객 유치방안, 활동포부 뭐 그런 거요”
“아….”
“그럼 면접 잘 보시고요”
“네~”
그렇게 또 한 번의 면접을 끝내고 면접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평일 오후,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다.
“여기 민속촌입니다. 임인문 씨 맞으시죠?”
“네”
“한국민속촌 제2기 블로그 기자단으로 선발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발대식이 있을 예정인데 다른 2분과 통화하고 나서 일정파악차 문자를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경기도 블로그 기자단에 이어 한국민속촌 기자단 활동을 확보하게 된 인문이는 벌써부터 첫째를 데리고 주말마다 민속촌을 방문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다만 여러 곳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는 것에 대해 첫째인 세준이를 어떻게 꼬드길 것인가가 관건이었지만 그건 나중문제였다.
다행스러운 건 날씨가 야외할동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문이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민속촌 블로그 기자단이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추가하고 민속촌 홈페이지로 들어가 예정되어 있는 이벤트를 빠르게 탐색하면서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머릿속으로 하나둘씩 그려나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둘째 유진이가 온 가족의 주말 단잠을 깨우기 위해 힘차게 울어댔다. 이미 눈을 뜬 지 한참 지난 인문이는 아침부터 밀폐용기에 빵과 과일을 담고 있었다. 블로그 기자단에 선발된 이후 벼르고 벼르던 바로 첫날, 한국민속촌 방문의 날이었던 것이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3월 말의 어느 토요일, 한국민속촌 정문에 도착한 인문이와 세준이는 목에 블로그 기자단을 알리는 명찰을 달고 정문 매표소 왼편에 있는 쪽문으로 다가갔다.
한국민속촌 방문을 위해 마치 마패와 같은 명찰을 경비아저씨에게 보이니 작은 쪽문이 활짝 열렸다.
개장시간에 맞춰 도착한 한국민속촌의 주말 아침은 여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주말 아침처럼 한가로움이 느껴졌다.
이런 한가로움이야말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 인문이는 열심히 한국민속촌 내부를 활개 하듯 돌아다니면 연신 카메라를 터뜨렸다.
옆에서 가만히 따라오는 세준이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30여분 정도 그렇게 끌고 다니는 아빠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는 세준이가
“아빠, 천천히 볼 거 보면서 다니면 안 돼요?”
“웅”
“아니… 여기저기 보고 먹을 게 많은 거 같은데 그냥 사진만 찍고…..
그랬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많아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한국민속촌의 전경을 하나둘씩 찍어 놓으려고 했던 인문이가 아들눈에는 마치 후딱 해치워야 하는 숙제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순간 아차 싶었던 인문이는
“아, 그래 미안, 아빠가 너무 서둘렀지?”
“저기 무슨 실처럼 가느다란 엿도 팔고 뻥튀기도 있고 먹을 것도 많은데 좀 먹으면서 천천히 다녀요~”
“그래, 알았어. 그럼 엿? 그거 어디 있었어?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엿부터 먹어볼까? 어디서 봤어?”
숙제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아들과 함께 민속촌이라는 곳을 체험하러 온 거야라고 생각을 바꾸고 빨라졌던 발걸음과 성급한 마음을 한 탬포 늦춘 인문이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사진이 오히려 더 쓸모가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준이와 함께 엿가게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