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도 한 총명했던 사람이야!
딩동댕동~딩동댕동~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퍼졌지만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던 아이들의 소리에 묻혀 제 역할을 못했다. 잠시 후 복도 저 끝에서부터 ‘딱! 딱! 딱!’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마치 언제 모여서 떠들었냐는 듯이 자기자리를 찾아 가기에 바빴다.
잠시 후 교실 안으로 들어온 선생님은 다름 아닌 망치 선생님이었다. 수학을 담당하는 망치 선생님은 각목 하나를 항상 들고 다니며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각목으로 벽을 치면서 다녔다. 각목의 용도는 뭐 상상에 맡기겠다. 별명이 망치인 이유 또한 상상에 맡기겠다. 다만, 학생부장을 겸임하고 계시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상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망치 선생님이 출석부를 교탁에 내려 놓음과 동시에 스피커에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여러분들 잘 들리면 네~ 라고 대답 한 번 해주세요~”
“네!”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굵은 남성의 목소리 주인공은 다름아닌 교감선생님이셨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된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자~ 지금 호명하는 학생은 바로 교무실로 오세요.”
대략 12명의 아이들의 이름이 불려진 것 같았다. 그 중에 인문이의 이름은 아마 중간쯤 불려졌을까?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하는 인문이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입학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뭔가 잘못을 했나 생각도 해보고 지각도 한 적이 없는데 자기 이름이 전체학교에 울려 퍼졌으니 말이다. 그것도 담임선생님이 아닌 교감선생님의 굵은 목소리로 말이다.
사실 인문이는 여느 애들처럼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이었다. 혼자 자라서인지 그렇게 활발한 성격도 아니었고 그저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그런 인문이가 사고를 칠리 만무했고 더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버스를 혼자 타고 통학을 해야하고, 가뜩이나 집까지 이사를 해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에 바쁜 상황이었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망치선생님이 각목을 들려고 하기에 멈칫한 인문은 뭔가 순서가 뒤바뀐 것을 그 짦은 찰나에 알아차리고,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저..선생님….”
“뭐야?”
“저 교무실에 좀…..”
“뭐 잘못했어? 그럼 교무실 가기 전에 이 각목의 쓴맛을 먼저 보고 가는게 순사야!”
“아니,,,그게….스피커에서 제 이름이 나와서요…”
“그래? 스피커에서 이름 불리게 생기질 않았는데????????”
“예?”
망치 선생님은 무언가를 알고 계신 눈치였다.
“이놈들아! 스피커에서 이름 불린 애들이 누군지 알아?”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어 궁금했는지 여기저기 웅성거렸다.
“모르겠지…암튼 너 이름이 뭐야?”
“임인문요”
“어디보자….” 망치 선생님은 출석부 안에 포개져있던 종이 한장을 꺼내들더니 아래로 쭈욱 훑어보더니…
“음…여기 있네….여기가 6반인가?”
“네” 아이들이 대답했다.
“그럼 6등이라는 얘기인데……암튼 인문이는 교무실로 가봐!”
6반은 알겠는데 6등은 뭔가 싶었지만 인문은 망치선생님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피해 교실 밖으로
몸을 피했다. 아직 교무실을 방문해본적이 없는 인문은 다시 들어가 선생님께 여쭐까도 했지만 괜시리 쿠사리만 먹을 것 같아 그저 감각적으로 복도 중앙 쪽으로 걸어갔다. 인문이 다니는 중학교는 건물이 총 3개가 있었는데 1학년만 사용하는 오래된 건물, 2,3학년이 사용하는 새로 지은 건물, 그리고 실내 강당이었다. 1학년 6반은 2층에 있었는데 일단 1층으로 내려가니 다른 반 교실에서 나오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를 조용히 따라가기로 했다. 4반까지는 1층에 8반까지는 2층에 있었으니 아까 망치선생님말로 예상을 하면 아마 1층 어느 교실에서 나온 그 친구는 나보다 앞선 등수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조용이 말없이 뒤쫓았다.
그 친구는 오래된 건물을 벗어나 밖으로 가더니 신축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 2층에서 복도 중앙쪽으로 걸어가는 친구를 뒤따라 도착한 곳은 교무실이었다. 다행이다 싶어 그 친구가 들어가고나서 바로 뒤따랐다.
“넌 이름이 뭐니?”
“김태진요”
“아…1학년 1반이지?”
“네”
인문이가 따라온 그 친구는 1반, 그럼 1등이라는 얘기인데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문이에게 그 선생님은 물었다.
“넌 이름이 뭐니?”
“임인문요”
“음….아 여기있네, 그래 다른 친구들 올때까지 저쪽에서 잠깐 앉아있으렴”
“네…”
뭔가 묻고 싶었지만, 수업시간에도 자발적인 발표를 해본적 없는 인문이는 말없이 뒤돌아 자리로 향했다.
8명 정도의 아이들이 이미 와있었다. 서로 아는척 하는 아이들이 없는 걸로 봐서는 다들 다른 학교 출신인 것 같았다. 인문이도 역시 아는 얼굴이 없어 조용이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바로 옆 친구가 말을 건네왔다.
“근데 우리 왜 온거야? 너 알아?”
“...아니 모르겠는데…”
“그래? 무슨일이지….”
그렇게 한 5분이 지났을까? 몇 명의 아이들이 더 오고나서 교감선생님께서 아이들 앞에 앚으셨다.
“여러분~ 여기 왜 와있는지 모르겠죠?”
“네….”
“자~ 여러분들 기억하죠? 입학하기 전에 우리 학교에 와서 시험본날요. 그 시험결과 1등부터 12등까지 그러니까 우리 1학년이 총 12개반이니까 각 반에서 1등으로 입학한 친구들이 여기 이 자리에 모두 모인거에요~”
아이들은 서로들 어리둥절해하며 얼굴을 스캔했다.
사실 인문이는 그 시험을 정성을 다해 보진 않았다. 그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영향이 있겠나 싶었고 가뜩이나 기나긴 겨울방학 중간에 시험을 보러 오라고 한 학교에 원망섞인 감정으로 시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교감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다른 여선생님이 사각 쟁반에 상장케이스로 보이는 것들과 금색포장지로 둘러싸인 작은 상자들을 한 꾸러미 들고 왔다.
교감선생님은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청하시며 상장과 부상을 나누어주셨다.
“자~ 여러분들은 우리 중학교, 아니 우리나라의 꿈나무들입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무슨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의 결과를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부터는 또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그게 공부든 취미든 상관없어요. 우리 학교에서 여러분들이 꿈꾸고 희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다졌으면 좋겠어요. 한 마디로 꾸준히 성장하는 삶을 살기를 이 교감선생님은 바라마지 않아요. 알겠죠?”
“네!”
아이들 모두 힘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랬다. 인문이는 그래도 나름 한 때는 우수한 학생으로 대접을 받은 적이 잠깐 있었다. 다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지속가능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
이렇게 작고 소소하지만 성취와 성공의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며 성장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성인이 되고 나서야 새삼 느낀 인문이가 지금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