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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Nov 16. 2017

이십구살

스물의 끝

20대에 끝에 서서 나의 20대를 돌아본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나의 뜻과 의지는 우선시 되었다기보다 최악을 막기 위한 보루와 같았다. 흘러왔고 흘러간다.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았고 삶의 기준을 바꿔가며 매 순간 무던히 적응하려 애썼다. 살아내야만 했기에 매 순간 이방인의 기분을 느꼈다. 진실된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10대에 바랐던 나의 모습과 멀어지게 했지만, 그래도 이 땅에서 살아내게 했다.
 얼마 전 우연히 듣게 된 시트콤 <논스톱>의 O.S.T를 들으며, 10대에 그렸던 나의 20대 이미지를 돌아봤다. 그 시절 나의 20대는 <논스톱>에 그려진 따듯하고 유쾌한 삶이길 바랐다. '오늘은 누가누가 어떤 사고로 뒤통수 칠련지 너무나 궁금해요. 말썽없는 날을 보내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나지' 라는 가사처럼 매일 방청객의 웃음이 새어 나오는 날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너무나 멋진 시트콤 속의 삶은 실현되지 못했고, 오래 전 아주머니가 내 관상을 보면서 했던 말들처럼 힘든 20대를 보냈다. 내가 상상한 20대와 내가 살아온 20대의 간극은 너무나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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