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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Jun 02. 2018

달의 모양

아버지가 그리운 날

종종 아무 어플을 깔아보고 지운다. 그 중 살아남은 ‘Moon’이라는 어플이 있는데, 사실, 이 어플의 기능은 그닥 특별하지는 않다. 어플을 실행하면 오늘의 달 모양을 알려주거나, 특정 날짜를 입력하면 그 날의 달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때때로 알람이 울려 보름달이 떴다거나, 삭(전부 가려진 달)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긴 하지만 이 마저도 너무 쓸모없는 알람이여서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구석에 박아둔 이 어플을 일 년에 두어 번 실행하곤 하는데, 가령 오늘 같은 날이다. 친척 누나가 결혼을 한다기에 할머니을 모시고 식에 갔다가 작은 수모를 당해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날. 그럴 때면 어플을 실행해 내 생일을 넣어본다. 1989년 5월 8일. 좀 더 정확히, 나는 아침에 태어났으니까 내가 태어나게 전 날 밤의 5월 7일.
 초승달이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가 초조하여,  담배를 태우며 봤을지도 모르는 그 달의 모양을 나는 이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본다. 그 때의 그의 기분과 마음을 상상하는 것, 그 날과 같은 달 모양을 보며, 나의 대한 아버지의 기대를 가늠해 보는 것. 작은 화면 속 달은 그제야 더 밝아진다.
 매주 어플을 실행해, 달을 찾아보던 것이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지만, 때마다 마음은 같다. 아버지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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