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퇴사하고 세계여행
첫 번째 나라인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모든 입국 수속을 마치고 저녁 10시쯤에서야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긴 시간의 비행이자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어서 그런가 한국의 열대야 같은 후덥지근한 방콕의 공기임에도 불구하고 설렘이 가득한 봄바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봄바람 같던 공기는 당혹스러움 때문에 진땀을 흐르게 하는 습한 공기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공항 도착 후 숙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택시 흥정에 자신이 없던 나는 차량 공유 서비스(Grab, Bolt)를 이용하고자 한국에서 ‘수완나품 공항에서 볼트/그랩 타는 방법’을 열심히 검색했고 블로그 글에 나온 대로 '도착층’이 아닌 ‘출발층’으로 곧장 향해 그랩 앱을 켰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랩 앱에 출발 위치를 공항으로 입력하니 도착층만 호출이 가능하고 출발층은 호출이 불가능하다고 뜨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와 다른 것에 1차 당황을 하고 급하게 볼트 앱을 켰다. 볼트 앱에서는 출발지를 수완나품 공항으로만 입력 가능하고 세부적인 위치를 선택하는 것조차 뜨지 않았다. ‘이 복잡하고 넓은 공항에서 세부 위치 입력을 하지 못하면, 드라이버가 나를 어떻게 찾아오지?’, ‘이대로 택시를 타야 하는 것인가?’, ‘이거 물어보려면 내 짧은 영어로 어떻게 물어보지, 번역기 돌려야 하나..’ 등등 짧은 시간에 별별 질문과 당혹감으로 진땀이 멈추지 않았다. 아마 그 순간 수완나품 공항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 내가 제일 많은 땀을 흘리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공항에서 노숙할 수는 없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수완나품 공항에서 볼트/그랩 타는 방법‘을 검색했다. 그 사이에 운영 정책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최신 글을 중심으로 다시 보니 도착층에서 타면 된다는 글들이 눈에 보였다. ‘여행에서는 가지고 있는 정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언제나 해결할 방법은 있다’를 배운 순간이었다.
다시 설레는 봄바람 같은 방콕의 저녁 공기를 느끼며 숙소에 도착 후 카오산로드에서 팟타이를 먹으니 방콕에 도착한 것이 그제야 실감 나기 시작했다. 마음에 여유가 아주 조금은 생겼는지, 그때부터 태국인들의 친절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고 마음 한편에 안정감이 생겼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이 마무리되었고 여행의 방법을 조금 터득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