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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버린 노랠 다시 부를 순 없지만

let bygones be bygones

by dbj

2023년을 하루 앞두고 올해의 하이라이트를 정리해 보는 작업을 했다.

364일을 하루에 돌아보고 나만의 시상식을 해보자니 생긴 '올해의 깨달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일들은 기록해두지 않는 이상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였다.

특히 이미 반년 이상이 흘러가버린 올해 상반기의 일들이, 감정들이.

자연히 내년에는 기록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브런치를 팠으니 글을 한 번 써볼까 하고 페이지를 켜면 순간 온갖 잡념일 사라지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영수 할아버지의 "내가 뭐라고 했더라" 그 자체, 생각이 없으니 글을 쓸 수가 없다. 저 목록도 겨우 갤러리와 블로그 멜론과 네이버캘린더를 쥐어짜 완성했다.


주로 쓰고 싶은 생각이 떠오를 땐 샤워할 때, 어떤 걸 보고 직관적으로 어떤 기분이 드는 그 찰나. 순간순간을 붙잡고 메모를 더 성실히 해둬야 이 시절의 내가 더 선명하게 남겠지.


각설하고 새해에 이루고 싶은 일들을 마구잡이로 메모해 둔 바를 정리해 선언하며 한 해를 시작해야겠다는 찰나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보려 한다.


*면허 따기

조나단이 면허라 함은 모름지기 스무 살 때 따지 않으면 이후 따는 데는 평균적으로 20년이 걸린다는 말을 했던데, 통찰력에 무릎을 탁 치다 무릎이 빠개질 뻔했다.

현대 여성에게 버지니아 울프 시절의 '자기만의 방'은 차라던데, 그런 공간을 갖게 되고 그 운영을 내가 오롯이 맡게 되는 일이 궁금하.

언제든 사회가 마련해 둔 대중교통 따위 없는 곳으로도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운 감각

(현실은 주차할 데 있어요? 선빵 전화의 연속인 것 같긴 하다)


*기타 꾸준히 치기

외숙이 주신 검은 기타가 선은 분명 멀쩡한데 치면 선 하나가 아무리 조율해도 맛이 갔다. 전에 갔던 숙대입구 쪽 기타 가게 가서 꼭 점검받아보기. 생각날 때 바로 실천에 옮기자

확연히 취향이라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기타 선율. 스스로 그를 자유자재로 다룰 때 내 자신이 넘 멋져 보이는 그 기분이 맘에 든다. 맘에 드는 별 거 아닌 순간을 자주 만드는 게 인생의 본질이고 the rest are details라고 서은국 교수님이 그랬다. 마음에 드는 권위자의 말만 쏙쏙 빌려 내 삶에 녹이는 일 년이 되어야지


*10km 마라톤 나가보기

한 해의 첫날을 맞아 러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확인한 제일 최근 기록은 10월 초. 오랜만인데도 5km 뛰는 게 그리 크게 힘들진 않았다. 중간에 쉬긴 했지만.. 추운 게 문제였다.

안 추웠다면 5km 정도는 더 뛸 체력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10km 마라톤을 나가보아야겠다! 익숙해지면 20km도 나가보고 42.195km도 나가서 나도 하루키 하루부지처럼 달리기를 말할 때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러닝과 함께 글도 꾸준히 쓴다면 말이다. 상상은 자유니까


*자세교정 운동할 것 정해 꾸준히 하기

작년에는 유사 크로스핏인 F45에 중독된 하루였다. 월수금은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머리가 아플 정도의 유산소, 화목은 근력 운동으로 미리 수업 동작 및 커리큘럼이 짜 나오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 단 한 클래스에 20명이 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니 자세 교정 등은 부족하다 느꼈다.

기초 체력이나 심폐지구력, 상체 근력등은 많이 향상됐다고 느꼈지만, 세심한 자세 교정이 필요한 때라고 느낀다. 실제로 앉아있을 때 다리가 저린다거나 어깨, 목 쪽의 만성통증은 여전하다. 1년간 145회의 F45한 열정으로 올해는 자세 교정에 집중해 볼 것이다.


*브런치 등 글 꾸준히 쓰기

출입처에서 발생한 현안에 대해 알아낸 팩트를 나열하는 건조한 이야기 외에 내 주변의 일상, 내 관점, 내 시선에 대해서도 여럿 기록해두고 싶다. 밥벌이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에 일단 싸질러볼 뿐. 열심히 할게유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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