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이민 생활 올해로 10년.
그동안 한번도 일을 쉰적이 없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
그런데 앞으로 10년도 지금처럼 행운이 따라줄까?
잘 모르겠다.
난 이곳에서 외국인이다.
언제까지 내 자리가 보장될지 나도 모르고 그들도 모른다.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지 않냐고?
그건 이나라에서 나고 자라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일해온 이나라 사람들 얘기다.
이들보다 10년이상 뒤늦게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난 받을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2가지는 내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다.
그럼 이번엔 좀더 넓은 의미로 그 이유를 써내려 가볼까?
밀레니엄이니 어쩌니 하며 야단법석을 부리던 그날이 지난지 벌써 16년째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날아다니는 의자나 모든 영양소가 담긴 알약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젠 모두가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똑같은 책상에 앉아 일하지만은 않는다.
오죽하면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생겨 났을까.
이 부분은 한국의 상황과 조금 다르겠지만...
나는 매일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오후 3시30분이면 퇴근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은 사무실에 있는 모든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이렇게 제각기다.
이곳에선 하루 7.6시간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가가 몇시에 출근해서 몇시에 퇴근하는가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출퇴근 시간과 상관없이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면 아무도 딴지걸 사람이 없고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누가 뭘 하든 관심 없다.
그러니 3시30분에 회사를 나서면 그 이후의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란 얘기다.
밤 11시쯤 잠자리에 든다고 가정한다면 퇴근 후 일곱시간 반가량의 황금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정도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간 아닌가.
종종 주변사람들이 '사업'이란 단어를 언급할 때가 있지만 나와는 전혀 무관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할 줄 아는건 오직 프로그래밍 뿐이니까 재정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것까지 신경써야 하는 사업이라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심지어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사업이란걸 해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환경,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환경, 전문가의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 등 '사업'과 관련된 제반 사항이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조성되어 있어 비전문가들도 쉽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말한 개인적인 이유와 겹치지만 중요한 동기이므로 다시금 언급하면,
호주는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가 맞다.
은퇴 연금이 나오는 것도 맞고 저소득이면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주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모두가 연금을 받고 보조금을 받는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월급쟁이의 경우 월급의 일정액을 쌓아 은퇴 후 연금으로 받지만 언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쌓아 두었느냐에 따라 금액이 책정되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에 비해 훨씬 늦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민자의 연금이란 놀고 먹을만한 금액이 결코 아니다.
그럼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이건 자산에 따라 책정되는거라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왠만해선 받기 어렵다.
결론은 노후에 대해 무엇인가를 대비해 두지 않으면 생활이 녹록치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지금도 '창업'이라는 말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소박하게 '홈 비지니스' 정도라고 해두는게 좋겠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상품을 만들어 내고
적절한 시장을 찾아
소비자에게 능동적으로 다가가는 것.
그걸 해보려고 한다.
열정은 충만하나 한가지 난관이 있다면 이곳이 타지라는 것.
그래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
이 나라에선 비지니스라는 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그것부터 배워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것을 하나 하나 기록해 보려고 한다.
행여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나처럼 어찌할바를 몰라 하는 사람들과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미지 출처 | ambit526.tumbl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