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까 Feb 15. 2024

당연하지 않다

왜?

.

.

.

어렸을 때부터 나는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묻는 습관이 있었다.

내게 당연한 건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에서부터 가까운 친구와 연인까지 이런 내 모습에 피곤함을 많이 느껴왔다.

.

.

.

내가 왜 그래야 되지?

그게 왜 당연한 거야?

.

.

.

그들에게는 당연했던 것들이 내게는 당연하지 않았고 나는 끊임없이 물었다.

내가 왜?, 대체 왜? 라며 의문을 표하면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식의 짜증 섞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왜?' 라며 묻는 내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ㅎㅎ)


이런 태도를 갖게 된 데에는 역사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시험기간에도 틈만 나면 역사책을 읽었다.


영화 같이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많았는데 심지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니!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한국, 중국, 유럽, 남미, 이집트 등 전 세계의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접하다 보니 문득 이런 의문점들이 생겼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사회 모습이 변해왔는데 그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도 언젠가는 변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시대 기준에 맞춰서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나 가치관을 비판하거나 안 좋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관도 결국 이 시대에서만 통용되는 거 아닌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더 나은 가치관으로, 다른 사회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예전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고 당연한 사실로 여겨졌다.
지금은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예전의 역사를 보면 일부다처제도 통용되었다.
각 나라마다 믿는 종교가 다르다. 지금 한국에서 열렬한 기독교인이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으면 이슬람 신교가  되지 않았을까?
종교는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낸 심리적 안전장치 또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장치가 아닐까?


역사적으로 지배계층이 종교를 활용했다는 것을 보면 종교는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도 활용됐을 뿐인 것 같다.
원시 공산사회 > 고대 노예사회 > 중세 봉건사회 > 근대 자본사회처럼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 모습이 달라진다. 자본주의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계급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노예가 주인한테 복종하는 것이 '당연'했다.

신들께 기도드리고 신을 믿는 것이 '당연'했다.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지금은 그 어느 것도 '당연'하지 않다.







집에서 가족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나는 항상 급진적이고 별종 취급을 받는다.

특히 어머니랑 얘기할 때 생각 차이를 크게 느끼는데,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을 가진 어머니는 세상에 절대적 진리가 있다고 믿는 입장이다.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고 사람들은 그 진리를 따르도록 열심히 수양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언젠가 결혼 전 동거에 대한 주제로 가족들끼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는 '당연히' 결혼 전 동거는 안된다고 극구 반대하셨다.


왜?


그게 하나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가르침이 진리라고 '믿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당연한걸까




어떤 걸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하다는 말이 통한다.

하지만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같은 환경 속에서 같은 가치관과 믿음을 갖고 자란 사람들끼리 당연하다고 생각됐던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 역사적 흐름을 통해 귀납적 추론을 해볼 수도 있다.

변하지 않는 진리란 사실 없으며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시대에 맞는 가치관이 새롭게 형성되는 거 아닌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한 건 없다는 걸 깨닫고 난 뒤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의 이름은 바로 '허무'였다.

작가의 이전글 떠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