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oo is this

퇴사 후 한 달

삼성전자 퇴사, 창업, 회고

by 후까

25년 3월 퇴사했다.

2년 6개월 동안 재직 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책임연구원'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조그맣게 사무실을 꾸미고 이런저런 준비와 시작을 하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그 한 달을 회고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해두려 한다.


- 오롯이 느끼는 '나'
이전까지는 어느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의 '나'였다면 지금은 오롯이 '나'라는 개인으로 느끼게 된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후광효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지워졌다.


-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내가 만든 돛단배로 직접 운항하는 것과 같다.

내 행동과 생각에 대한 자유가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과 위험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 그만큼 고독함도 짙다.

수많은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 없이 각오하며 예상했건만 그 이상으로 외롭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마저 걱정과 의심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어 항상 감사하다


- 우선순위 부여의 중요성.

아무래도 초기에는 직접 많은 일들을 직접 처리하다 보니, 사소한 paper work도 도맡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업이 내 비즈니스에 중요한 일인가?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또는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일의 종류에 따라 우선순위 부여와 해당 우선순위별로 업무를 쳐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몇 배는 더 체감하고 있다.


- 자기 관리가 더 중요해짐을 느낀다.
건강 이슈로 인한 내 부재는 회사에 직격탄이다.

신체뿐만 아니라 멘탈, 의지, 집중력 등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자원이고 관리의 대상이다.


-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불안한 마음에 기계적으로 아무 일이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경계하자.


- 생각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외의 시간은 행동하는 시간으로 강제하기

생각의 속도는 행동의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그렇기에 생각으로 미리 상상한 결과물과 실제 내가 행동으로 이룬 결과물의 갭 차이가 클수록 동력을 잃게 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결국 아무런 결과가 없게 된다.


- 발산 후에는 어떤 형태로도 수렴시키기

업무나 아이디어, 생각 등 발산하듯 흩뜨려 놓은 후에는 결론이 안 나더라도 항상 중간결과 형태로라도 수렴시키자.

그러지 않으면 똑같은 발산의 과정을 반복하게 되고 action item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종합예술가

회계, 디자인, 마케팅, 세일즈, 심리, AI 등 정말 많은 분야의 지식과 스킬을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나만 잘해서는 안된다. 이 모든 것을 모두 조율하고 연출하는 것이 마치 종합예술 같다


- 신뢰, 신용의 중요성

스스로와의 약속, 팀원과의 약속, 고객과의 약속.

모든 일은 결국 신뢰 위에서 이루어진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약속했으면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키기.


- 손절라인 정하기

매몰비용이 아쉬워서, 그동안의 정 때문에, 관습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등등 여러 핑계를 대며 냉정하게 끊어내지 못하면 안된다.


https://brunch.co.kr/@hookka/71



https://brunch.co.kr/brunchbook/fruitma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