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50년을 결정한 노후 대비, 급하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은퇴를 앞둔 50대의 노후자금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점점 많아질 겁니다. 일한 만큼, 일하지 않을 수 있어요. 조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천천히 알아보세요.
안녕하세요,
물음표노트를 작성하는 강훈구입니다.
오늘도 기분이 크게 가라앉는 1통의 전화를 받았어요. 올해로 56세 되는 아버지뻘의 어르신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아주 공손하게 '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군포에 사는 OOO입니다'라며 전화가 왔습니다. 보통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하시며 자신을 소개하시는 분들은 크게 2가지 분류로 나누어져요.
아무래도 인터넷상에 글을 자주 적다 보니 전화를 받는데 도가 텄다고 할까요? 그래서 첫마디만 들어봐도 이 분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대략적인 예상이 갑니다. 어쨌든, 오늘 연락 주신 분은 애석하게도 후자에 해당하셨어요. 이 분은 군포에서 전기 관련 일을 보는 사장님이었는데, 가족이 같이 사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과거에 직원도 3명 정도 있었지만,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정리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이 나와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넉넉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저에게 팔아주기를 요청하셨던 땅은 서산에 있는 땅이었어요. 그러면서 지번을 보내주셨고, 그걸 조회해 봤습니다. 용도지역은 계획관리지역이었어요. 하지만 그 외에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입지였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제가 전국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아서 그러는데, 뭐가 있어서 이곳에 투자를 하셨나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고향 친구가 큰 산업단지가 들어온다고...
그다음부터는 여러분들에게 익숙한 내용들일 겁니다. '너라서 해주는 얘긴데, 호재가 있으니 근처에 소액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라는 얘기죠.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획부동산의 시나리오예요. 그래서 해당 입지에 10명이 '공동투자'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근데, 아들이 결혼을 할 여자가 있어서 이 땅을 빠르게 처분하고 싶다는 사장님... 얼마나 그 땅을 갖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최소 5년 이상을 묶여 있었을 거예요.
일단 해당 토지에 진짜 호재가 있고, 실수요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처분이 난처합니다. 왜 그런 지가 궁금하시면 따로 물어봐 주세요. 어쨌든, 절대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것만 아셔도 이 분이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지 아시리라 봅니다.
불안한 심리를 건드립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의 종류는 깊게 들어가면 천차만별이겠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같은 맥락이에요. 이를테면 50대의 경우는 <은퇴, 노후자금, 자식들의 결혼, 사업>과 같은 고민들이 있겠죠. 솔직히 이 시기에 이런 고민 안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게다가 각종 언론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기사를 매일같이 적어내고 있습니다.
△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과거 대비 많은 여유 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50대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겠죠. 게다가 오늘날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연령층이 50대예요.
즉,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기 때문에 경비원 교대 시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오며 가며 자주 마주치면서 인사를 나눌 정도의 친분이 쌓였어요. 그분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50대를 잘 뽑지 않고, 뽑더라도 일이 많아서 놀거나 용역비가 적은 비인기 지역으로만 파견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경비 용역 업계에 많이 진출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50대 가계 근로소득은 계속해서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금과 연금, 이자 비용을 아우르는 비소비지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각종 규제 정책들도 한몫을 했을 거예요. 그러니깐 규제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댓글에 어눌한 욕들이 그렇게 많이 적히겠죠.
즉,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하며 살아온 만큼, 일 없이 살아야 한다.
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자식이라도 없으면, 흥청망청 쓰지 않은 이상 모아놓은 돈이 꽤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을 하는 신혼부부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예 통장을 다 털어가진 않겠지만, 결혼에 드는 비용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엄청난 지원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게 되고 나면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부모에게 피해를 줄 거면 결혼도 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다고 그 빌린 돈을 살아가면서 갚는 경우도 거의 없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저희 부모님들은 아주 현명하죠. '여기까지 키워줬으면 됐지, 뭘 바라냐?'라고 입장을 고수하시기 때문에 저는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기대가 1g도 없는 사람입니다. 덕분에 저축과 비자금 마련에 도가 텄죠.(그래서 아직도 결혼을 못 했나...?)
어린 나이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는데, 이 얘기를 하실 때마다 예의 신선 같은 표정으로 아주 또박또박 말씀하셨어요. 저는 항상 화장실이 급할 때만 이 말씀이 기억났기 때문에 영양가 없는 잔소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아마 속옷에 소변을 지린 이후로 믿지 않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나이를 1살, 2살 먹어가면서 이게 얼마나 큰 인생의 교훈인지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할아버지가 저한테 남긴 의미의 10%도 이해를 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아직까지 제 인생에는 이렇다 할 굴곡들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오늘날의 50대라면 이제 급격한 굴곡이 생길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에는 꽤나 괜찮은 성적표를 갖고 살았던 분들이 생각지 못한 위기에 당황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는 은퇴하면서 급한 마음에 창업을 합니다. 누군가는 은퇴하면서 급한 마음에 주식을 합니다. 누군가는 급한 마음에 투자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비트코인에 휩쓸리듯 돈을 붓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분들이 후회스럽다면서 전화를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전화를 받겠죠.
100세 시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50년이 걸린 인생을 1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결정을 내립니다. 이 얼마나 성급한 행동인가요?
△ 이런 기사는 계속해서 나올 겁니다. 경제 전망은 앞으로도 전혀 밝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계속해서 경제 지표는 최악을 갱신한다고 하죠. 먹고살기는 더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과거에는 살만했는데...'라면서 담배를 입에 무세요. 포장마차에서 소주도 훅훅 털어 넣으시죠. 근데, 정말 그때는 기회가 넘치고 살만했습니까? 아마 아닐 겁니다.
살아온 인생만큼 살아갈 날들이 남아있다면 신중하게 고민해 보세요. 5년만 노후 대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도 45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급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돈을 안 까먹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막상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돈이 없어서 못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하지만 사람은 끊임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죠? 이를 간과하시면 아래와 같은 기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제발 학습하시기 바라요.
△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로 세상엔 공짜가 없어요. 나를 안심시키는 캐치프레이즈를 경계하십시오. 의심하면서 조금씩 돌다리를 두드리세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엔 이 세상이 너무 각박합니다.
△ 우리의 세대를 이끌어 주셨던 분들이 정말 행복한 노후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체계적인 은퇴설계를 하셔서 황금빛 인생을 즐기시길 바라며, 정말 자주 인용하는 속담으로 글을 마칠게요.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나 있습니다.
플러스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물음표노트 강훈구 | O1O-8295-6554
브랜드 컨설턴트로 회사를 다니다가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1년 만에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 그 당시 가장 자신 있었던 일로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나니깐, 뭘 해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무작정 알바를 찾으러 나갔어요. 그러던 중 현대건설에서 모집하는 고수익 알바가 보였습니다. 업무는 '전철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일'이었어요. 매번 일할 때마다 편의점도 없는 깡촌에 왜 이런 것을 설치하나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 꽁꽁 언 손을 후후 불어가며 밤새 일을 했어요. 1호선 지제역에서 보수 작업을 마치고 새벽 5시 25분에 첫 차를 타고 귀가하다가 놀라서 일어난 곳이 가산디지털단지였습니다. 집으로 가려면 최소 40분가량을 되돌아가야 했어요. 잠을 깨려고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뽑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역 근처에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