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 '소문의 낙원'

서로를 위한 이해와 위로

by 재춘

3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었어요. 운전을 하며 어떤 음악을 들을까 플레이 리스트를 살피던 중에 악뮤의 새 앨범이 발매된 사실을 알았어요. 요즘답지 않게 하나의 앨범에 꽤 많은 곡이 수록되어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가수들이 앨범에서 수록된 전체 음악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런 경향은 음반시장의 경제성을 이유로 사라진 지 꽤 오래됐고, 저는 그 점이 늘 아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앨범을 만나면 항상 반갑고 바로 듣게 됩니다.

그렇게 듣게 된 악뮤의 새 앨범 노래 중에 소문의 낙원이라는 곡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지친 도시인을 위로하는 노래인 것 같아요. 근데 꼭 지친 도시인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어떤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느끼지 못하며 지내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저도 위로를 받은 거겠죠? 그래서 이 노래에 꽂혔겠죠? 그리고 다음 날,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M/V도 보게 됐습니다. 영상을 보는 동안은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어요. 몽환적인 사운드에 지친 나그네를 위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현의 목소리,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직관적인 안무를 하는 모습이 왜 슬펐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해서 영상을 몇 번 더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의 이유를 알게 됐어요. 그건 위로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그들을 위한 불치병이 없는 소문의 낙원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도시를 떠나 느리게 오래 걸어가면 결국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요? 이 막연함이 슬프게 다가온 것 같아요. 그리고 영상 속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도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습니다. 각자의 힘듦을 짊어진 채, 결국 서로에게는 어떤 위로가 될 수 없는 외로운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 마지막에 저마다의 길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런 감정이 더욱 선명해진 것 같아요. 소문의 낙원을 향해 떠날 용기가 없는 겁쟁이들도 도시에 남아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들어 예전 한국의 분위기가 그리워요. 지금보다는 서로를 포용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거든요. 제가 경험한 시간은 2000년대 초반이고, 아마 그 이전에는 더욱 그런 분위기였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비난하기에 급급한 세상이 되어갈수록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요? 영상 속 등장인물들이 영상 속에서도, 실제 삶에서도 평온히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CETI 프로젝트 영상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