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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Oct 18. 2023

연 매출 250년 빵집의 근대사

최고의 빵집이 되기까지의 오랜 노력과 끈기

제가 연재하고 있는 이 컨텐츠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 집의 음식이 가진 맛에서 벗어나 입지와 공간 운영 특징, 매출과 손익분석, 그리고 그 집이 가진 히스토리 등 약간의 부동산 사업적인 시각과 부드러운 수필 같은 스토리들이 양념처럼 뿌려진 컨텐츠 입니다. 



군산에 있는 빵집 이성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그 역사를 자랑하듯 갓 나온 단팥빵과 야채빵을 먹기 위해서는 휴일에는 한시간 정도 줄을 서야 한다. 


역사가 깊은 대형 빵집 답게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2022년 기준으로 약 70명의 직원이 25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군산의 구도심인 중앙로의 골목골목에 주차된 차 안에는 이성당의 빵이 담긴 노란 종이 봉투를 옆에 놓고, 빵을 맛보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한다.


2023년 긴 연휴의 마지막 주말, 난 이성당 야채빵이 먹고 싶다는 아들의 요청에 

중앙로 어딘지도 모를 골목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이성당의 250억원 매출에 기여를 하기 위해 더운 날씨에 씩씩거리면서 이성당 앞에 줄을 서 있었다. 


.


1994년 어느 늦은 밤, 당시 군산에 살고있던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장혜진씨의 애잔한 노래의 제목처럼 군산의 이성당을 처음 만났었다.


현재 이성당 앞 공터와 주차장에는 지금은 헐려서 사라졌지만 흑백사진 속의 모습처럼 군산시청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군산의료원과 같은 중요 시설이 있으며,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동네였다. 


그 지역은 일제시대 쌀 수탈을 위해 뜬다리 부두가 있는 바다를 끼고 발전된 지역이었고, 

그 역사의 중심에 이성당도 있었다. 


물론 내가 이성당을 처음 만난 국민학생 시절에도 그 주변은 군산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중앙로 옆에 위치한 영동에서 쇼핑을 하고, 한 시간에 한번 오는 시골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친구들끼리 이성당에 가서 빵이나 팥빙수를 사먹었다. 


그 시절엔 단팥빵과 야채빵이 중심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유명하지도 않은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시내에 있는 큰 빵집 정도의 느낌이었다. 


.


1990년대 말 군산시청이 조촌동으로 이전하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이성당에서 제법 거리가 먼 나운동 일대에 개발되고, 

소룡동 산업단지가 발달하면서 이성당 주변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당시 군산에 들어오기 시작한 롯데리아, 피자헛 그리고 크라운베이커리는

이성당 옛스러운 빵 맛에 질린 우리들의 혓바닥에 서울에서 온 세련된 기름칠을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이성당은 친구랑 학원 끝나고 둘이 앉아서 빵을 하나 사서 먹기 시작하면

그 넓은 공간이 민망할 정도로 다 먹을 때 까지 한 명도 오지 않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군산에 대한 옛 기억이 있는 나 같은 중년들에게는

요즘 이성당 빵집에 왜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그래도 결국 이성당은 거의 백년이 되는 시기를 견디며, 

한 자리에서 도시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꿋꿋히 버텨왔다. 


그 시간은 단순히 시대가 바뀌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단팥빵, 야채빵으로 거듭나는 상징적인 시간으로 발전시켰고

트렌드에 맞는 여러 빵을 계속 개발했다.


빵집이라는 변하지 않는 한가지 목적을 갖고 지속적인 연구와 변화를 추구하여, 

오랜기간에 걸쳐 소비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 그게 백년가게로 거듭나는 이성당의 비법이다. 


그런 이성당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난 삼십분 정도 기다리다 지쳐서 결국 아들이 원하는 야채빵은 못 사고 다른 빵을 잔뜩샀다. 


옛날엔 그냥 평범한 빵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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