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와 퇴근에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일찍 퇴근해서 뭐하게? 어차피 집에 가도 할 거 없잖아?"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 인터넷 쇼핑을 하시던 팀장님께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머... 먼저 들어가서 죄송합니다. 저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요."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기어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래 가! 내가 못 가게 했냐? 근데 저녁은 안 먹고 가게?"
그렇게 나는 늦은 시간에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휴가를 상신했을 때도 비슷했다.
"뭐 급한 일 있어? 휴가 왜 올렸어? 어디가?"
"놀러가기로 해서요"
"누구? 가족? 어디로 가? 해외야?"
"그냥 가족끼리 놀러가요"
나는 난감해했고 팀장은 똑같이 대답했다.
"아니야 왜 그래. 내가 못 가게 했냐? 근데 내가 말한 그건 다 끝내고 가라"
하루는 팀장님께서 휴가를 쓰셔서 난 똑같이 물어보았다.
"팀장님 휴가 왜 쓰셨어요?"
"네가 그걸 왜 물어?"
"혼자 어디 좋은데 가시나해서요. 누구랑 가세요?"
"가족이랑 가지 누구랑 가냐?"
"아니 다른 분들이랑 가시나 해서요. 어디가세요?"
"너 요즘 진짜 왜 그래?"
나도 똑같이 물어봤더니 팀장님은 나를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월급날이 되어서 난 팀장님께 여쭤보았다.
"팀장님 월급 많이 받으셨어요?"
"쥐꼬리만한 월급 매번 똑같지 왜?"
"아니 저보다 연봉도 높으신데 다 어디에 쓰시나 궁금 해서요"
"네가 내 돈 어디에 쓰는지 왜 궁금하냐? 너 요즘 진짜 이상하다. 교육비, 생활비랑 이자내면 끝나 왜?"
"그렇게 많이 받으시는데도 부족해요?"
"아니 그러니깐 내 돈 내가 어디에 쓰던 네가 무슨 상관이야!"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 팀장님도 본인이 나에게 자주하는 질문들이 정상적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팀장님은 왜 팀원의 사생활을 궁금해 할까? 나만의 오랜 실험과 연구 결과 그 분들께서 남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는 건 그냥 젊은 사람들의 삶이 재밌어 보여서다. 우리가 인터넷을 보면서 연예인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듯 ‘젊고 예쁜 사람들은 요즘 어떻게 사나?’ 그 정도의 관심이다.
팀장님께서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씀하셨다시피 내가 휴가 못 가게 하거나 퇴근 못 하게 하려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팀장님도 더 깊게 관심도 없으니 젊은이들은 팀장님의 질문들에 부담을 느끼지 말지어다. 중요한 업무를 인수인계 했다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갈 수 있을 때 편하게 가자.
휴가랑 퇴근도 월급처럼 노동에 대한 대가이므로 왜 받는지에 대한 이유는 불필요하다. 월급날 팀장님한테 팀원이 “월급 왜 주셨어요?” 라고 묻지 않듯이 팀장님도 팀원들이 휴가를 쓸 때 “왜 휴가를 쓰냐?” 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휴가와 퇴근은 국가에서 보장한 권리이기에 한 개인이 이 권리를 박탈하고자 한다면 그 개인은 과연 본인이 국가보다 높은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만약 조직에서 당신이 관리자이며 당신의 권한이 국가보다 높은 상황이라면 그것은 친분과 존경이 아니라 공포와 독재임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실험 결과 우리 모두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알고, 적당한 거리를 가져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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