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될 수 없었던 가젤의 슬픈 이야기

가젤의 현실을 받아들이자

by 조훈희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난 오늘도 영문도 모른 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부장님께 혼나고 있었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냐고?"

거듭되는 부장님의 질문에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제 아버지가 뭐하시는지 왜 중요합니까?"

"니가 지금 울린 신입사원이 누구인 줄 알아? S그룹 사장님 둘째 딸이라고!"

난 부장님과 함께 손을 잡고 신입사원님을 찾아뵙고, 머리 숙여 사죄한 후 용서를 구걸했지만 이미 꼬여버린 내 회사생활을 풀기는 어려웠다.


그 당시는 나 역시 억울하고 개탄스러워서, 소주 네댓 병을 마시고는 눈물로 다시 그 병을 채웠다. 나는 겨우 토익 성적 받아서 겨우 졸업했고, 힘들게 취업 준비해서 겨우겨우 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아버지 잘 만난 사람에게 이 회사는 ‘겨우 이 정도의 회사라서 성에는 안 차지만 남들 보기 조금 그래서 잠시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서 스쳐가는 곳’이라는 느낌이었나 보다. 그런 상황에서 높으신 분의 높으신 자제분을 미리 알아 뵙지 못하고, 산적같이 덩치 큰 직원이 가서 윽박질러 버렸으니 그분도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해서 눈물까지 났을까. 결국 무지에서 비롯된 내 행동은 모두에게 억울한 눈물을 선물한 비극으로 끝이 났다.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아니면 어느 순간 당신 위로 갑자기 낙하산 공수부대처럼 처음 뵙는 젊은 분이 임원으로 와 계시기도 한다. 이를 억울해하거나 당신의 신세를 한탄하면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들어서 회사생활이 힘들어진다.


이럴 때에는 뜨거운 업무의 열정은 잠시 접어두고, 차가운 이성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미 당신은 미천한 신분의 일개 직원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부모님을 원망하면 원망할수록 불효자만 될 뿐 다시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태어난 톰슨가젤은 열심히 하면 가젤 떼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초원의 진짜 우두머리인 사자가 될 순 없다. 반대로 사자는 태어날 때부터 사자이며, 약하다고 해서 가젤이 될 순 없다. 가젤이 가젤임을 거부하고 사자인 척하면서 사자와 노닥거리는 순간 가젤임을 거부한 가젤은 가젤 떼에서 심한 질투에 시달리다가 쫓겨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건방 죄가 성립되어서 사자에게 더 처절하고, 그리고 외롭게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가젤들은 본능적으로 떼를 지어서 움직인다. 그것이 가젤들에겐 안전한 생명부지의 길이다.


자~ 우리 가젤들은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더욱 빨리 떼를 지어서 집으로 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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