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고급 정보인데 너만 알고 있어. 이 회사 주식이 곧 상한가 칠 거래"
부장님은 나에게 미안했는지 조심스럽게 따로 불러서 말씀해 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부장님은 회사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 까지는 전혀 일을 하지 않으셨다. 부장님의 모니터에는 분주하게 바뀌는 숫자들과 빨갛고 파란 막대그래프만 숨 가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부장님 이거 보고서 다 썼는데 검토 좀 해주세요"
아무리 재촉을 해도 부장님은 주식 창이 띄워진 모니터만 보면서 대강 대답했다.
"응 그래. 알겠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항상 똑같은 대화만 계속되었고 참다 참다못해 폭발해버린 내가 말했다.
"회사에서 쫌! 주식 좀 그만하지 마시고, 결재라도 해 주세요"
부장님은 그제야 모니터에서 눈을 돌려 나를 쳐다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조 과장 회의실로 따라와”
그렇게 나를 회의실로 따로 불러서 하신다는 말씀이 곧 상한가를 갈 종목을 추천해주는 것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나도 대리 시절까지는 회사를 다니면서 주식거래를 했었다. 회사 월급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돈을 더 벌고 싶은데 다른 기술은 없고, 업무시간에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모든 직장인들처럼 위와 같이 동일한 이유로 주식을 시작했고, 나 역시 남들 몰래몰래 휴대폰으로 HTS를 켜고 거래를 했다.
임상 통과, 공시 전 고급 정보, 오후 2시 이후 급등, 상한가 불꽃놀이 준비 등 듣기만 해도 휘황찬란한 단어들은 날 금방이라도 페라리 오너로 만들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주식이 조금만 올라도 몇 분 만에 내 일일 급여보다 많은 금액인 몇 십만 원이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쉽게 벌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두려운 마음이 커지자 손절매가 잦아졌다. 그럴수록 조금 잃더라도 나중에 어차피 상한가 두세 번만 맞으면 된다는 식의 묻지 마 투자가 많아졌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회사일뿐만 아니라 나의 삶과 가정에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업무시간에는 주식 창만 보게 되었고, 주식을 확인하지 못하는 회의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 대변기에 가는 일이 잦아졌고, 빈 회의실은 나를 위한 주식 거래소였다.
페라리로 돌아올 것 같았던 내 주식들과 투자의 경험은 마침내 내 증권 계좌에서 벤츠 E클래스 풀옵션이 일시불로 빠져나간 다음에야 그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밀려서 태산처럼 되어버린 업무들과 동료들보다 뒤처져버린 나의 능력은 순전히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주식 투자에서 실패한 이유는 아무리 고급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새우를 열심히 잡으면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던 어부가 있었다. 하루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바나나 농사를 지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이건 고급 정보니 반드시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 어부는 그날부터 새우 배도 타고, 중간중간에 바나나 나무도 심었다.
그런데 실제로 바나나 농사가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이더라도, 어부는 바나나를 심는 방법을 몰랐으며, 그가 살고 있는 추운 바다 주변이 바나나를 심기에 적합한 토지 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결국 “바나나가 돈이 된다.”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던 어부는 결국 바나나를 수확하기는커녕 20년 동안 잘 잡아왔던 새우까지 놓치게 되었다.
이렇게 바나나 농사를 망치고 새우 잡이도 망친 어부는 뒤늦게 말한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날씨가 안 좋아서, 시기를 놓쳐서 바나나를 수확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새우를 조금만 잡고, 바나나를 꼭 수확해서 올해에 잃은 돈을 만회하겠다.”라고 스스로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나의 현실로 조금만 돌아와서 바나나 농사도 짓고, 새우도 잡는 그분이 만약 내가 다니는 회사의 내 자리에서 내가 맡은 업무를 한다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그분이 나의 회사와 업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
나는 내 자리에 앉아있는 그 사람을 용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모습이 어울릴까?
내가 내 업무에서 프로처럼 일해야 겨우 살아남듯이 주식시장도 돈을 버는 진짜 프로들은 따로 있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들이 주식투자에서 실패할 수밖에 이유이며, 직장인들의 주식투자가 행복할 수 없는 이유이다. 직장인들의 주식 투자 필승 전략은 주식을 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조훈희 작가의 출간도서 "밥벌이의 이로움" 찾아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