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나만갖고 그래?
"뭐 결재하나 올리면 다들 욕해요. 예산 없다. 이런 일 왜 하냐? 너희 팀 할일 없냐? 저도 시켜서 하는 건데 왜 다들 저한테 욕하는 걸까요?"
최종 결재를 받기까지 걸쳐져 있는 수많은 협조란에 자리 잡고 있는 다른 팀의 팀장님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 오늘도 찾아가는 서비스로 친절하게 방문해서 욕을 먹고 왔다. 동물원의 사파리 버스 마냥 내가 지나가는 곳마다 자리 잡은 맹수들이 할퀴고 물어뜯었다.
“일 좀 하겠다는데,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도 시켜서 하는 건데 왜 다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요?” 라며 불평하는 나에게 과장님은 조용히 말씀해 주셨다.
"이 멍청한 사람아. 왜 일을 해서 이팀 저팀 여러 사람한테 돌아다니면서 욕을 먹고 다니냐? 처음부터 아예 일을 하지마! 너가 일을 안 하면 여러 사람한테 욕먹을 필요가 전혀 없어. 오직 네 팀장 딱 한 명한테만 욕먹으면 끝나는 일이야!"
일을 안 해도 날짜가 되면 월급은 나오고, 일을 더 한다고 월급이 더 나오진 않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지,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지 고민을 한다. 언제부터인지 나와 회사는 하나가 되어 마치 회사 일을 잘못 하면 내 인생이 박살나는 것처럼 나 스스로 옭아매고 살고 있었다.
오늘도 무언가 잘못 했을까봐, 그래서 남들한테 욕을 먹을까봐 걱정되어서 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했다. 혼자 남아 있다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모니터 앞에서 끙끙 앓고 있는 나에게 그만 스트레스 받고 스스로 위로의 주문을 걸어보자.
조금 늦으면 어때?
욕 좀 먹으면 어때?
저 사람들은 너를 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을 하기 싫은 사람들일 뿐이야.
너 혼자 열심히 일을 다 한다고 해서 회사의 이익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야.
네가 결재해주는 팀장들 보다 직급도 낮은데 팀장들한테 서명해달라고, 자꾸 찾아가서 일을 시키니깐 듣는 팀장들은 얼마나 짜증이 나겠니? 그래서 괜히 그러는 것이니깐 신경 쓰지마.
땅이 잘못해서 내리는 비가 땅을 적시는 것이 아니 듯이 네가 잘못해서 팀장들이 네 얼굴을 욕으로 적시는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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