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기를 찾는 비법

정육점 사장님이 밝히는 맛있는 고기를 먹는 진짜 비법

by 조훈희

"고기가 맛있는 비법이요? 그런 것 없어요. 손님들께 등급만 안 속이면 되요."


아파트 단지 상가 한 칸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정육점이 있다. 그 정육점 고기는 다른 집보다 싸고 맛있어서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하는 길에는 그 가게에 들러서 고기 한 근을 썰어간다. 집에서 맛있는 고기를 기다릴 가족들을 생각하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


그렇게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고기의 비법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속임수 없이 진실되게 내놓으면 될 뿐 남들과 다른 사장님만의 독특한 숙성방법이나 칼질하는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밤 10시가 넘은 오늘따라 늦어버린 퇴근길, 정육점 사장님은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계셨다. 나와 비슷하게 퇴근이 늦은 사장님을 보니 왠지 모를 동질감에 정육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랑딸랑”

문에 달린 작은 종소리는 청승맞게 울렸고, 유리 냉장고 너머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아계시는 정육점 사장님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작은 정육점은 냉장고 하나 사장님 한분 그리고 손님 두 명이 들어가면 가득 차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되게 늦게 오셨네요?”

“사장님이야 말로 왜 이렇게 늦게까지 계세요?”

“아 멀리 사시는 할머니가 저희 집 고기가 맛있다고, 사러 오신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떻게 고기 한 근 드려요?”


사장님은 내가 어떤 고기를 얼마만큼 달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을 닫으면 ‘철컥’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는 고기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서 큰 칼로 쓱쓱 썰어내신다. 매번 그냥 사장님께서 주시는 대로 사가는 고기가 그날 제일 맛있는 고기이기 때문에 어떤 고기를 주셔도 난 만족이다.


흰색 목장갑을 낀 손으로 은색 전자저울 위에 잘 썰어진 고기를 까만 비닐봉지 안에 척척 담으신다. 저울에서 커져가는 고기의 그램 수를 살피는 사장님의 눈빛과 저울에서 늘어나는 가격을 살피는 나의 눈빛이 수줍게 마주친다. 사장님은 씨익 웃으시며 까만 비닐봉지 안에 숨겨둔 서비스를 살짝 더 넣어주시면서 말씀 하셨다.


"밤이 늦어도 약속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예요. 꼭 저를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계시면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선생님도 이렇게 오시고 좋잖아요. 서로 믿고 살다보면 좋은 일이 생겨요."


고기의 "고"자와 따뜻한 "마음"이 합쳐지면 "고마움"이 되듯이, 오늘도 난 작은 마을 정육점에서 고마움을 한 봉지 받아서 집으로 향한다. 오늘도 역시 진실 된 고기는 고맙게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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