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내가 이번에 차를 바꿨잖아"
부러웠다.
"내가 이번에 어디로 이사를 갔잖아"
또 부러웠다.
"내가 얼마 전에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거든"
몹시 부러웠다.
"내가 이번에 성과급을 최고로 받고 조기승진까지 했어"
대단히 부러웠다.
주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수록,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볼수록 점점 더 우울해졌다. 동창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 방에는 새로 산 물건들에 대한 자랑 사진과 방금 먹은 맛있는 음식 사진들이 연이어서 '카톡, 카톡'하면서 올라온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다들 잘 나가는데 나는 왜 항상 이럴까?’
잠도 안 오고, 침대에 누워서 밤새 남의 사생활이나 들쳐보는 것도 지겹다. 그런데 휴대폰을 꺼놓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노라니 딱히 또 할 것이 없다. 이렇게 무의미한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나도 남들처럼 발전해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서점에 들러서 자기계발서를 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오만가지 비밀’, ‘회사에서 겁나게 성공하는 방법’, ‘일 잘하는 사람들의 시크릿 비법’ 제목은 거창하지만 막상 열어보면 내용은 비슷했다. 매일 경제기사를 읽어야 하고, 아프지 않게 건강을 관리해야 하며 자기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단다. 지금 하는 일만 해도 당장 죽을 것 같은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영어학원이라도 가야 할 것 같다.
회사 책상에 자기계발서를 무심하게 툭 던져 놓고, 구부정한 어깨에 거북목이 되어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오늘도 터덜터덜 집에 가면서 생각한다.
'아무래도 새벽5시에 일어나서 운동이나 학원을 가는 것은 무리겠지?'
괜히 더 우울해졌다. 애초부터 만오천원짜리 책 한권에 내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 내 자신이 바보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들에게 나를 보여줄 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하고, 좋은 것만 말하고 싶어 한다. 자기 자랑을 하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때 어깨도 으쓱할 수 있지만 보는 나는 불편하다. 이럴 때는 세상의 그 누구도 막상 집에 돌아오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유명한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비싼 밥을 먹는다고, 우리의 분뇨가 더 가치 있게 변하거나 향기롭게 변하진 않는다. 호화롭고 넓은 집에 산다고 그에 비례해서 그 가정이 나의 가정보다 더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다. 조기 진급을 하고 성과급을 받았다고 해도 어차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인인 것은 똑같다.
이 사실을 항상 마음 속에 담아놓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결국 내가 살면서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부러움에 있었다. 나와 내 주위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한 발자국 정도 떨어져서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남의 시선과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고 있는 남이 나를 보듯 나도 나를 바라보면 나 자신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괜찮다. 신경 안 써도 괜찮다. 나만 똥 싸면서 사는 것 아니다. 남들도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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