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의 알프레도 해산물 치즈 떡볶이

꾸덕한 바다의 품에 안긴 조랭이떡

by 김경훈

바람이 제법 차갑게 창문을 두드리는 저녁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늘 먹던 밥 말고 무언가 특별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당기는 날이었다.

보보가 냉장고 문을 열며 말했다.


오늘은 매콤한 빨간 떡볶이 말고 아주 꾸덕하고 고급스러운 하얀 떡볶이를 만들어 줄게.

이름하여 알프레도 해산물 치즈 떡볶이야.


이름만 들어도 벌써 코끝에 고소한 크림 냄새가 맴도는 듯하다.

주방 한편에 엎드려 있던 탱고도 해산물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는지 귀를 쫑긋 세운다.



시각 없는 사진 첫 번째. 바다를 끓이는 소리와 냄새

소리. 달군 팬에 올리브유가 둘러지고 마늘과 양파가 볶아지며 내는 경쾌하고 규칙적인 지글지글 소리.

냄새. 고소한 마늘 향과 달콤한 양파 향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며 후각을 부드럽게 두드리는 냄새. 그 뒤를 이어 해산물이 불과 만나며 뿜어내는 짭조름한 바다의 향기.



보보의 요리는 늘 명쾌하고 다정하다.

먼저 이 요리의 심장인 알프레도 소스를 만든다.

냄비에 생크림 한 컵 우유 반 컵 그리고 전분 반 작은술을 넣고 약한 불에서 거품기로 천천히 젓는다.


보보가 냄비를 저으며 팁을 하나 던진다.

만약 집에 우유랑 전분이 없으면 당황하지 말고 생크림만 넣고 졸여도 충분히 맛있어.


크림이 끓어오르며 점점 묵직해지는 소리가 들린다.

주걱 끝에 걸리는 저항감이 커질수록 소스는 완벽한 꾸덕함을 갖춰간다.

이제 해산물과 채소를 손질할 시간이다.

내가 손을 씻고 도마 앞에 섰다.

보보의 지시에 따라 오징어 반 마리를 둥근 링 모양으로 썰고 새우 다섯 마리는 머리와 껍데기 내장을 말끔히 제거한다.

홍피망 반 개는 작게 깍둑썰기를 한다.

미끈거리는 해산물과 단단하고 아삭한 피망의 촉감이 손끝에서 선명하게 대비된다.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반 작은술 다진 양파 사분의 일 개 그리고 썰어둔 홍피망을 볶는다.

주방 가득 올리브유를 머금은 채소 향이 퍼질 때쯤 준비한 해산물을 투하한다.

센 불에서 해산물이 익어가며 내는 바다의 향기가 크림의 느끼함을 미리 잡아줄 준비를 마친다.


여기에 미리 끓여둔 알프레도 소스를 붓고 오늘의 주인공 조랭이떡 백삼십 그램을 넣는다.

눈사람 모양의 앙증맞은 조랭이떡이 묵직한 크림소스 속을 헤엄친다.



시각 없는 사진 두 번째. 오븐 속의 마법

소리. 예열된 오븐 안에서 모차렐라 치즈가 열기를 받아 뽀글뽀글 끓어오르며 얇은 막이 터지는 소리.

냄새. 진한 우유 지방이 구워지면서 내는 고소하고도 짭짤한 치즈의 풍미.

온도. 오븐 문을 여는 순간 얼굴을 확 덮쳐오는 뜨겁고 포근한 열기.



떡에 소스가 적당히 배어들면 그라탱 용기에 모두 옮겨 담는다.

그 위를 모차렐라 치즈 한 컵으로 눈 덮인 산처럼 소복하게 덮어준다.

섭씨 백팔십 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오 분에서 십 분 정도 구워낸다.


경쾌한 오븐 종료음과 함께 요리가 완성되었다.

보보가 그라탱 용기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마지막으로 파프리카 파우더를 가볍게 뿌린다.


포크로 치즈 막을 푹 찌르자 갇혀 있던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온다.

쭈욱 늘어나는 치즈와 함께 딸려 올라온 조랭이떡을 입에 넣는다.

입천장을 데일 듯 뜨거운 크림소스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쫀득한 조랭이떡이 이빨 사이에서 기분 좋게 씹힌다.

쫄깃한 오징어 링과 오동통한 새우가 씹힐 때마다 짭조름한 바다의 감칠맛이 폭발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크림의 맛을 파프리카 파우더의 은은한 향이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보보 이건 화이트 와인을 부르는 맛이야.

정말 완벽해.


내 감탄에 보보가 웃으며 와인 잔을 꺼내오는 소리가 들린다.

탱고는 식탁 아래에서 아쉬운 듯 코를 킁킁거리다 이내 내 발등에 턱을 괴고 편안하게 엎드린다.

고소한 치즈 향기와 바다의 풍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웃음소리가 섞인 우리 집 식탁.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맛있는 다이닝 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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