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자르는 가위
청담동 뒷골목에 위치한 미용실 살롱 드 진의 공기는 언제나 독한 암모니아 냄새와 달콤한 인공 장미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장인 진은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거울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서늘한 은빛 가위가 들려 있었다. 사각사각. 가위날이 교차하며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건조하게 울렸다. 진의 초능력은 이 기괴한 하향 평준화 시대에서도 유독 시각적으로 피곤한 능력이었다. 그는 타인의 정수리 위로 떠오르는 콤플렉스를 홀로그램 글씨로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 아니냐며 부러워했지만 실상은 끔찍한 시각 공해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저마다의 열등감과 수치심이 형광 초록색이나 핏빛 붉은색의 명조체로 둥둥 떠다녔다.
오전 열한 시 첫 손님이 자리에 앉았다.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오십 대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의 목과 손목에서는 묵직한 금붙이들이 부딪히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는 의자에 앉자마자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장님 오늘은 좀 우아하게 해 줘요 내일 남편 병원 개원 기념 파티가 있거든. 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등 뒤에 섰다. 그리고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화려하게 부풀려진 그녀의 정수리 위로 붉은색 홀로그램 글씨가 매캐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남편의 어린 내연녀보다 늙어가는 내 육신. 그것이 그녀의 콤플렉스였다. 진은 빗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어 내렸다. 두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눅눅한 땀 냄새와 비싼 향수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진은 홀로그램 글씨를 요리조리 피하며 가위질을 해야 했다. 글씨에 가위가 닿으면 손님들은 기분 나쁜 소름을 느끼며 어깨를 떨었기 때문이다.
진은 기계적으로 가위를 움직였다. 싹둑 싹둑.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겉으로는 우아한 사모님이었지만 속으로는 젊음을 잃어가는 공포에 떨고 있는 늙은 여자일 뿐이었다. 진은 그녀의 흰머리를 교묘하게 덮어주며 볼륨을 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거울 한 번 보시죠. 진의 건조한 목소리에 여자는 거울을 보며 화색을 띠었다. 어머 원장님 역시 솜씨가 좋아 십 년은 젊어 보이네. 여자가 웃음을 터뜨리자 정수리 위에 떠 있던 붉은색 글씨가 아주 미세하게 옅어졌다. 돈으로 산 얄팍한 위안이 콤플렉스를 일시적으로 마취시킨 것이다. 여자는 지갑에서 빳빳한 오만 원권 지폐 여러 장을 꺼내 팁으로 건네고는 경쾌한 구두 소리를 내며 미용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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