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의 숨겨진 척도
정보문화연구 강의에서 만난 또 다른 흥미로운 논문 커리와 무어의 이천삼년 연구를 살펴보자.
조직의 정보문화 평가하기 탐색적 모델이라는 이 논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문화를 기어코 자로 재보겠다는 학자들의 유쾌한 집념을 보여준다.
조직 문화라는 말은 흔히 회식 자리의 분위기나 출퇴근 시간의 유연성 정도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이 논문은 정보관리라는 개념을 조직 문화의 핵심으로 끌어올린다.
상사가 정보를 권력처럼 쥐고 흔드는지 아니면 팀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는지에 따라 그 조직의 진짜 문화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참여적 리더십과 협업 그리고 지식의 통합을 정보문화의 척도로 삼았다.
회사 게시판에 공지사항을 올린다고 해서 정보가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직원들의 일상적 협업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정보문화가 완성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감각사진]
늦은 오후 사무실의 공기는 들이마시기 버거울 정도로 빽빽하고 무거운 밀도를 지니고 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사내 메신저의 건조한 알림음이 공간을 가르지만 정작 중요한 결재 서류는 굳게 닫힌 책임자의 책상 위에서 차갑게 식어간다.
타자를 두드리는 마찰음만 요란할 뿐 진짜 지식은 섞이지 못한 채 각자의 모니터 속에서 서늘한 온도로 겉돌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측정 도구를 무려 의료 보건 분야의 사례 연구에 적용했다.
생명이 오가는 병원만큼 정보의 신속한 공유와 협업이 절실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명쾌했다.
복잡한 서비스 환경을 통제하고 직원들의 상호작용과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인트라넷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자가 메신저에서 읽고 무시하기를 멈추고 정보를 투명하게 흐르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정보문화를 측정한다는 것은 우리 회사가 얼마나 좋은 컴퓨터를 쓰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며 지식을 나누고 있는가를 묻는 날카로운 성찰이다.
정보문화연구는 이처럼 일상의 업무 환경을 학술적 언어로 해부하며 우리가 매일 겪는 직장 생활의 답답함이 사실은 정보관리의 실패에서 기인했음을 위트 있게 폭로한다.
참고문헌
Curry, A., & Moore, C. (2003). Assessing information culture—an exploratory model. International Journal of Information Management, 23(2), 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