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공을 위해 반납한 것들

by 김경훈

화려한 감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유튜브를 재생하면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며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는 유명인들이 쏟아진다.

우리는 부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나도 저렇게 살아봤으면 하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에픽테토스의 안경을 끼고 그들을 다시 보면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진다.

그들은 자기가 산 비싼 카펫에 얼룩이 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속으로는 꼴도 보기 싫은 사람 앞에서도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며 넙죽 악수를 청해야 한다.

에픽테토스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는 사람을 노예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일 년 내내 불편한 정장을 차려입고 대중의 시선이라는 쇠사슬에 묶여 사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몸값이 비싼 노예가 아닐까.



[감각사진]

숨통을 옥죄어 오는 빳빳한 셔츠 깃 위로 억지웃음을 지어 올릴 때의 뻐근한 감각을 떠올려 본다.

평소라면 절대 입지 않을 갑갑하고 무거운 예복이 어깨를 짓누르고, 잘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도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야 하는 순간, 안면 근육은 미세하게 경련하며 저항한다.

구두 코에 발가락이 꽉 끼어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오지만,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인 척 허리를 꼿꼿하게 펴야 한다.

온몸의 신경이 당장 이 거추장스러운 허물을 벗어 던지고 푹신한 소파로 다이빙하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꾹 참아내는 그 답답하고 뜨거운 온도 말이다.



세네카의 대리석, 그리고 우리의 할부금.


세네카는 노예는 대리석과 황금 아래 거주한다고 뼈를 때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조금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번쩍이는 차를 사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어 일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불합리한 상황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소중한 자유를 반납한다.

할부금과 대출 이자라는 이름의 우아한 족쇄를 스스로 발목에 채운 채, 우리는 아침마다 지옥철과 막히는 도로를 뚫고 출근한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인지, 아니면 감옥의 창살을 도금하기 위해 내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바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을 자유.


열심히 일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유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행복의 조건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억지웃음과 숨 막히는 격식이라면, 그 거래는 처음부터 밑지는 장사다.

구속받지 않는 사람이 진짜 자유인이라는 에픽테토스의 말을 가슴에 새겨본다.

진정한 성공은 대리석 깔린 바닥을 갖는 것이 아니라, 헐렁한 바지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타인의 기대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성실하게 복역하느라 고생한 나 자신에게, 일과 후에는 완벽한 자유를 허락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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