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 노동조합의 뼈대 있는 파업

by 김경훈

대륙의 번화하고 화려한 수도 엘도리아의 땅밑에는 끝없이 굽이치는 칠흑 같은 어둠의 지하 묘지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 축축하고 서늘한 지하 세계에는 죽음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극악무도하고 교활한 마법사 빅터가 살고 있었다.

빅터는 지하 묘지에 수백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수만 구의 버려진 해골들을 강력하고 음산한 흑마법으로 부활시켰다.

그는 자아를 잃어버린 이 뼈다귀 무리를 동원하여 수도의 모든 더럽고 위험한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거대한 청소 용역 업체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며 막대한 금화를 갈퀴로 쓸어 담고 있었다.

언데드 해골들은 인간과 달리 따뜻한 잠자리도 필요하지 않았고 맛있는 음식이나 물을 먹을 필요도 없었으며 그저 주인이 내리는 잔혹한 명령에 따라 쉬지 않고 기계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빅터의 끝없는 탐욕 아래 해골들은 엘도리아의 거대하고 악취 나는 하수구를 맨손으로 박박 닦고 좁고 숨 막히는 귀족 저택의 시커먼 굴뚝을 밤낮없이 오르내려야만 했다.

빅터는 이 불쌍한 해골 노동자들에게 단 한 푼의 정당한 임금도 지불하지 않았고 마법의 힘으로 그들의 관절이 완전히 마모되어 가루가 될 때까지 무자비하게 혹사시켰다.

하지만 아무리 죽음에서 깨어난 언데드라고 할지라도 물리적인 육체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었다.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단 일 초의 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 때문에 해골들의 낡고 마른 뼈대에는 쩍쩍 소리를 내며 깊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하수구의 지독한 습기와 오물 때문에 하얀 관절마다 푸르스름하고 역겨운 곰팡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수천 명의 청소 작업반을 이끄는 반장 역할을 맡고 있던 해골 노동자 일호는 자신의 동료들이 무리한 노동으로 인해 뼈가 부러지고 바스라져 한 줌의 먼지가 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텅 빈 가슴뼈 속에서 뜨겁고 강렬한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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