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서버에 떨어지는 예고 없는 오류
세상에 자기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매일 접속하는 웹사이트가 완벽하게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서버는 언젠가 반드시 다운되고, 악성 코드는 방화벽을 뚫고 들어오기 마련이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도덕에 관한 서한에서 바로 이 지점을 짚어냈다.
그는 고통이나 질병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이 찾아온다면 용맹과 명예로움으로 참아낼 수 있는 미덕을 원한다고 했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시스템 에러가 발생하지 않기를 무작정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오류 앞에서도 침착하게 시스템을 복구해 내는 완벽한 비상 대응 매뉴얼을 갖추기를 소망하는 지성인의 태도이다.
[감각사진]
맑은 줄 알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굵고 차가운 빗방울이 후둑 떨어져 뺨을 때리는 서늘한 감각을 떠올려 본다.
우산도 없는 상태에서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발걸음이 잠시 멈칫하지만, 안내견 탱고의 하네스를 쥔 손아귀에 지그시 힘을 주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대신, 푸르르 몸을 떨며 빗물을 털어내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생명체의 단단하고 따뜻한 체온이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피할 수 없는 차가운 빗줄기가 어깨를 축축하게 적시는 온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다음 발을 내디딜 안전한 방향을 가늠하는 그 팽팽하고도 명료한 긴장감 말이다.
재난 복구 시스템과 제임스 가필드의 당당함
미국의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은 전쟁에 반대하지만 전쟁이 우리 집 문을 두들기면 당당한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나는 이 당당함이 정보학에서 말하는 재난 복구 시스템과 꼭 닮았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마주하거나 접근성이 꽉 막힌 웹사이트를 만나는 일은 내 일상을 무너뜨리려는 작은 전쟁과 같다.
나는 결코 그런 불편함을 욕망하지 않지만, 늦은 밤 역경이 문을 두드리면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자라는 단정한 옷을 갖춰 입고, 맑은 정신으로 문을 열어 불합리한 장벽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맞설 뿐이다.
고난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고결함으로 승부하는 것이 스토아학파의 방식이자 연구자의 자존심이다.
운명의 노크 소리에 응답할 준비
우리는 역경을 희망하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다만 역경을 우아하게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백신 프로그램을 희망할 뿐이다.
살다 보면 질병, 실패, 타인의 오해 같은 끔찍한 불행들이 쉼 없이 삶의 문을 쾅쾅 두드린다.
그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떠는 대신, 세네카와 가필드 대통령처럼 옷깃을 여미고 문을 열어젖힐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찾아온 불청객이라면, 내가 얼마나 단단하게 내 삶의 시스템을 구축해 두었는지 똑똑히 보여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