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햇빛 : 에너지 주권이 곧 평화다

by 김경훈

지구 반대편 이란과 미국의 총성이 2026년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폭격으로 스러진 수많은 생명의 비보 앞에서 인류는 깊은 슬픔을 느끼지만,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타국의 비극이 우리 동네 주유소의 가격표를 바꾸고 장바구니 경제를 위협하는 이 기묘한 연결고리는, 우리가 여전히 화석연료라는 이름의 '불안한 평화'에 저당 잡혀 있음을 폭로한다.

이제 에너지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존이자 윤리의 문제이다.



마을 곳곳에서 캐내는 자립의 서사


다행히 화성시는 이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 자신만의 방패를 세우고 있다.

장안면 석포6리 마파지마을의 주민들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고 국유지를 빌려 422킬로와트급 발전소를 세웠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오롯이 마을 복지기금이 되어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것은 단순한 전기 생산이 아니다.

에너지를 소비만 하던 존재들이 생산의 주체로 거듭나며 '에너지 주권'을 선언한 인문학적 사건이다.


또한 서신면 사곶리에서 진행 중인 영농형 태양광 시범 사업은 농사와 햇빛 발전을 병행하며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땅에서는 작물을 키우고 하늘에서는 전기를 수확하는 이 '햇빛소득' 모델은, 기후 위기 시대에 농어촌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는지를 인덱싱하고 있다.



행정의 주류화 : 부서의 담장을 넘는 가치


이러한 혁신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투하는 공직자들이 있다.

기본사회담당관을 필두로 농업정책과, 신재생에너지과 등 여러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행정 절차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개별 사업의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에너지 정책은 이제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닌, 화성시 행정 전반의 '기본값(Default)'이 되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화성시의 책임을 고려할 때, 기후 위기 대응은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주류화되어야 마땅하다.

정책의 모든 설계 단계에서 탄소 중립의 관점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미래를 생략한 반쪽짜리 행정이 될 것이다.



정치의 기후 침묵과 시민의 연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공약들 속에서 정작 '기후'는 실종된 상태이다.

표심을 자극하는 선심성 공약은 넘쳐나지만, 국제 정세의 파고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자립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는 찾기 어렵다.

화성시민의 일상을 진정으로 지키고자 한다면, 햇빛소득을 통한 농어촌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같은 본질적인 의제를 선거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결국 에너지는 시민이 직접 주인이 될 때 완성된다.

화성시민재생에너지발전협동조합처럼 시민이 직접 생산자로 나서는 연대의 흐름이 더 넓게 퍼져야 한다.

우리가 세우는 태양광 패널 하나는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타국의 비극에 우리 일상을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강력한 평화의 방패이다.



33킬로미터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이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시대이다.

좁은 바닷길에 운명을 맡기는 대신, 우리 마을의 햇빛과 바람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는 시도는 몹시 건강한 미래를 향한 여정이다.

화성시가 써 내려가는 에너지 자립의 로그가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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