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법

이억 원짜리 소파와 디오게네스의 햇빛

by 김경훈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살 수 없었던 것


우리는 참으로 이상한 경제 관념을 가지고 산다.

누군가는 엉덩이를 대고 앉을 최고급 가죽 소파를 사기 위해 이억 원을 거침없이 지불하고, 또 누군가는 타인을 해치려고 오백만 원을 쓴다.

시장을 구성하는 인간이 비합리적이니 돈의 가치도 널뛰기를 한다.

내가 가장 열광하는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세상을 다 가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찾아와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 통나무통에 살던 디오게네스는 그저 내가 쬐고 있는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달라고 답했다.

수천억 원의 재화로도 살 수 없는 맑은 햇살의 가치를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감각 사진]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안내견 탱고와 걷다가 마침내 볕이 잘 드는 담벼락 아래 멈춰 섰을 때의 감각을 떠올려 본다.

뺨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묵직하고 다정한 온기가 얼어붙은 피부를 스르르 녹여낸다.

시각적인 빛은 닿지 않지만, 피부 점막을 타고 스며드는 그 압도적인 온열감은 이억 원짜리 가죽 소파의 매끄러운 촉감보다 훨씬 포근하고 너그럽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쏟아지지만 오직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드는 사람에게만 온전히 허락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도 완벽하게 공짜인 그 눈부신 온도 말이다.



영수증에 찍히지 않는 진짜 가치


풍자 학교의 설립자였던 디오게네스의 통찰은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죽을 때 주머니에 동전 한 닢도 챙겨갈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아주 작은 소유물에 집착하며 인생이라는 귀한 시간을 낭비한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짜 뉴스나 유행하는 쇼핑 정보에는 값비싼 데이터 요금과 시간을 지불하면서, 정작 내 영혼을 살찌우는 철학적 사유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라는 무료 데이터에는 접근조차 하지 않는 어리석음이다.

삶에 좋은 것이라면 그만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하지만, 불필요하고 헛된 것에는 단 일 원의 가치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햇빛을 가리는 욕망 치워버리기


자본주의가 매겨놓은 가격표에 속지 말아야 한다.

비싼 것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본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진짜 가치 있는 것이다.

디오게네스처럼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나의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외칠 수 있으려면, 먼저 무엇이 진짜 나의 햇빛인지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하루 지갑을 열기 전에, 혹은 나의 소중한 인지 에너지를 낭비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이억 원짜리 소파를 욕망하고 있는가, 아니면 따뜻한 햇빛 한 줌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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