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괄약근

고독한 경비원의 변비

by 김경훈

원자력 발전소 제삼 구역의 밤은 언제나 서늘하고 무거웠다.

두꺼운 콘크리트 외벽을 타고 흐르는 냉각수의 낮고 둔탁한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뼈끝까지 전해졌다.

야간 경비원 최는 방검복을 입은 배를 잔뜩 움켜쥐고 좁고 어두운 복도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차가운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뱃속에서는 묵직한 돌덩이가 사정없이 굴러다니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요동쳤다.

입을 벌릴 때마다 퀴퀴한 메탄가스 냄새와 쇠를 씹은 듯한 비릿한 피 맛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최의 초능력은 이 기괴한 하향 평준화 시대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하고 냄새나는 재앙이었다.

그의 뱃속에서 소화되어 배출되는 대변은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고농축 방사능 폐기물이었다.


장을 한 번 비워낼 때마다 그 배설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마선은 반경 수 킬로미터를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치명적이었다.

괄약근을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풀면 그 즉시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최는 자신의 저주받은 배설물을 몸속 깊은 곳에 봉인하기 위해 극한의 변비를 달고 살았다.

그가 굳이 방사능 수치가 철저하게 통제되는 원자력 발전소의 외곽 경비원으로 취직한 이유도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두꺼운 납과 특수 콘크리트로 차폐된 화장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로 대변을 참은 지 무려 이십일 일째였다.

하복부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팽창했고 무거운 군화를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장이 꼬이는 고통에 짐승 같은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벽을 짚었다.

차가운 타일의 촉감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그의 손바닥을 식혀주었다.

살고 싶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

시원하게 배를 비우고 평범한 인간들처럼 변기 물을 내리며 안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욕망을 채우는 순간 수만 명의 목숨이 피폭의 고통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한 칸 더 졸라맸다.

장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 뇌수를 강타했지만 그는 경찰 특공대 출신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이 끔찍한 생리현상을 군인 정신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그가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방식은 거창한 전투가 아니라 오직 괄약근에 힘을 주고 버티는 고독한 인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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