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뚫고 나가는 한 줄의 실행 코드
평생의 좌우명 대신 지금 당장의 좌우일행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멋진 좌우명 하나쯤은 품고 산다.
하지만 평생을 관통한다는 그 거창한 신조는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는 별 쓸모가 없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신간 사장의 문장들에서 좌우명 대신 좌우일행을 제안한다.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내 행동을 즉각적으로 이끌어내는 실전용 문장 하나를 꺼내 쓰라는 것이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좌우명이 하드디스크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무거운 텍스트 파일이라면, 좌우일행은 외부의 자극이 들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오류를 해결하는 가볍고 날렵한 실행 코드와 같다.
육천 년의 동서양 고전이라는 방대한 빅데이터에서 지금 당장 내 삶에 적용할 한 줄의 알고리즘을 추출하는 셈이다.
[감각 사진]
건조하고 일정한 톤으로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던 스크린리더의 기계음이, 고전의 날카로운 문장 하나를 발음하며 고막을 때릴 때의 서늘한 감각을 떠올려 본다.
무미건조한 음성 데이터가 뇌의 청각 피질을 통과하는 순간, 미간에 옅은 주름이 잡히며 척추를 타고 찌릿한 전율이 흘러내린다.
방황하던 머릿속의 수많은 탭들이 일순간 강제로 종료되고, 오직 그 한 줄의 문장만이 텅 빈 사고의 공간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압도적인 밀도.
복잡했던 고민의 타래가 단칼에 베어지며,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첫발을 내디뎌야 할 것 같은 뜨거운 충동이 발끝으로 모여드는 그 명료한 온도 말이다.
불안정한 시대의 고전 활용법
책은 사고의 원칙부터 정신의 충족까지 총 육 부에 걸쳐 고전의 지혜를 조직 운영과 자기 경영에 접목한다.
임제록이나 나폴레옹 자서전에서 뽑아낸 문장들은 늦은 출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집념을 가르치고,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라고 충고한다.
사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안전한 과거의 직함이나 실적에 매달리려 한다.
하지만 다카시는 변화에 적응하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라고 일갈한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는 나에게도 이 조언은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안정이라는 허상에 매달리기보다, 기꺼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주인공이 되라는 육천 년 묵은 지혜의 든든한 응원이다.
밑줄 친 문장을 삶으로 번역하기
리더들이 그럴듯한 폼을 잡기 위해 고전의 문장을 인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을 어떻게 오늘의 내 삶과 일상에 찰지게 가져다 붙일 것인가 하는 번역의 능력이다.
아무리 훌륭한 문장도 실천하지 않으면 그저 잉크의 얼룩이거나 픽셀의 조합에 불과하다.
위기 앞에서 흔들릴 때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내 마음의 닻이 되어줄 결정적인 한 줄의 문장, 그 좌우일행의 코드를 미리 내 머릿속 서버에 꼼꼼하게 인스톨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