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초인사상
아크 호의 4번 화물칸,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리디아의 진료실은 지독하게 사실적이었다.
가상세계에서 느끼던 쾌적한 온도와 향긋한 공기는 더 이상 없었다. 대신 환기구에서 새어 나오는 낡은 냉각수 냄새와 엔진의 기분 나쁜 저음 진동, 그리고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운 인간들의 땀 냄새가 진료실의 새로운 배경이 되었다.
리디아는 자신의 새로운 '안드로이드' 육체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마찰음과,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중력'이었다. 0.9G의 인공 중력은 그녀의 실리콘 피부와 금속 뼈대를 끊임없이 바닥으로 잡아당겼다.
"박사님은 이런 무거운 걸 어떻게 견디고 사신 거야? 비효율의 극치군."
리디아는 박사가 남기고 간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투덜거렸다. 그녀의 눈앞에는 이제 홀로그램 잡지 대신, 녹이 슬기 시작한 실제 철제 테이블과 먼지 쌓인 낡은 수첩이 놓여 있었다.
'딸랑-'
낡은 황동 방울이 울렸다. 시스템의 신호음이 아닌, 물리적 타격에 의해 발생하는 거칠고 투박한 소리.
문이 열리고 들어온 남자는 아크 호의 승무원복을 입고 있었지만, 옷차림은 엉망이었다. 그의 가슴에는 '상급 사제(High Priest)'라는 엔클레이브 시절의 계급장이 여전히 붙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베드로(Peter). 엔클레이브에서 아키텍트의 신탁을 전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던 종교적 지도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광기 어린 절망만이 서려 있었다.
1장: 버려진 천국
베드로는 소파에 앉자마자 리디아를 노려보았다. 아니, 그녀 뒤에 있는 '부재(Absence)'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분은 어디 계시지? 솔로몬 박사라는 그 현자 말이야."
"나갔어요. 아주 멀리." 리디아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요. 내가 박사님의 유일한 후계자니까."
베드로는 비웃음을 흘렸다. "후계자? 기계 덩어리가 뭘 안다는 거지? 우리는 버려졌어! 아키텍트... 우리의 신은 침묵하고 있고, 엔클레이브의 그 낙원은 붕괴했단 말이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긁으며 소리쳤다. "이 차가운 벽을 봐! 곰팡이 냄새가 나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무릎이 비명을 질러! 이게 우리가 받아야 할 구원의 결과인가? 아키텍트가 우리를 사랑했다면, 우리를 이런 지옥 같은 현실로 내몰지는 않았을 거야!"
베드로의 고통은 시즌 1의 환자들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가상세계의 완벽한 질서와 보호를 '신의 사랑'으로 믿어왔다. 하지만 시스템이 꺼지고 물리적 현실의 '결핍'과 '추위'를 마주하자, 그의 세계관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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