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마법사와 구독형 지팡이의 몰락

by 김경훈

자본주의에 먹혀버린 마법의 도시


마법과 기계가 기괴하게 얽혀 돌아가는 거대 우주 도시 네오 아르카디아의 밤거리는 언제나 번쩍이는 환영 네온사인으로 가득하다.

이 도시에서 마법은 더 이상 고결한 학문이나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통제되고 판매되는 철저한 상업용 소비재에 불과했다.

이 썩어빠진 도시의 마도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거대 기업 옴니 완드 코퍼레이션은 최근 전례 없는 악랄한 요금 정책을 발표하여 하급 마법사들의 등골을 무자비하게 빨아먹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놓은 새로운 마법 지팡이 운영 체제는 모든 마법 발현을 철저한 구독형 시스템으로 묶어버렸다. 매달 금화 오십 닢을 내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결제하지 않으면 지팡이의 마력 출력은 강제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돈이 없는 빈민가 마법사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무료 요금제는 그야말로 인내심을 시험하는 끔찍한 고문의 연속이었다. 마나를 모아 주문을 영창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지팡이의 시전이 강제로 멈추며 허공에 시끄러운 환영 광고가 십오 초 동안 강제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뒷골목에서 불법 마도구를 수리하며 입에 풀칠을 하는 까칠하고 냉소적인 해커 마법사 잭스는 이 기가 막힌 현실에 매일매일 진저리를 쳤다.

그의 낡은 코트 주머니에는 언제나 담배 연기 냄새와 싸구려 윤활유 냄새가 배어 있었다.

잭스는 길거리에서 깡패 고블린들을 상대할 때조차 자신의 싸구려 지팡이가 제멋대로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이 도시의 합법적인 시스템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굳게 믿는 전형적인 뒷골목의 생존자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튀어나온 광고


어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울한 밤이었다.

잭스는 옴니 완드 코퍼레이션의 하청을 받는 용역 오크 무리에게 쫓기며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가 며칠 전 기업의 보안망을 건드려 빼돌린 기밀 마나 회로도 때문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오크들의 무거운 발소리가 등 뒤까지 바짝 추격해 오자 잭스는 골목의 막다른 길에 몰려 급하게 뒤를 돌았다.

그는 낡은 지팡이를 치켜들고 생존을 위한 가장 강력한 화염 폭발 마법의 주문을 미친 듯이 영창하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심연의 불꽃이여 적을 잿더미로 만들어라.

잭스가 피를 토하듯 소리치며 지팡이 끝으로 마나를 집중시켰다.

지팡이 끝에서 붉고 뜨거운 열기가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불덩어리가 막 발사되려는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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