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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의 스팸 필터

불청객 데이터를 거절하는 우아한 방법

by 김경훈

영혼을 서서히 녹슬게 하는 은밀한 악성 코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천박한 연극이나 싸움 그리고 무감각과 예속 상태를 비판 없이 수용할 때마다 우리의 신성한 도덕 원칙이 매일 녹슨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섬뜩하고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견해나 타인을 향한 혐오 그리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기사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미디어 환경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단번에 시스템을 파괴하는 강력한 바이러스라기보다는, 백그라운드에서 조용히 실행되며 시스템의 메모리를 갉아먹고 결국 핵심 운영체제를 서서히 마비시키는 아주 은밀하고 악랄한 악성 코드와 같다.

부정적인 관점과 타인을 향한 조롱에 매일 조금씩 마음을 열어줄 때마다, 세상을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지적 방화벽은 녹이 슬고 이성적인 판단력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감각 사진]

대구 시내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카페에 앉아 쏟아지는 소음 한가운데를 견뎌낼 때의 감각을 떠올려 본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날 선 목소리들이 고막을 어지럽게 때리고,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는 누군가의 거친 진동이 손끝을 타고 불쾌하게 올라온다.

가방에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꺼내어 양쪽 귀를 단단하게 덮고 스위치를 켜는 순간, 귓가를 맹렬하게 타격하던 세상의 모든 뾰족한 소음들이 일순간 차갑고도 아득한 진공 상태로 빨려 들어간다.

소란스럽고 폭력적인 외부의 주파수가 완벽하게 차단되고, 오직 내면의 고요하고 묵직한 심장 박동 소리만이 선명하게 증폭되어 온몸을 채우는 그 압도적이고도 평화로운 온도 말이다.



찾아오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머무는 것은 거절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극적인 사건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피하려고 애를 써도 불가피한 순간은 끈질기게 찾아온다.

세상의 모든 혐오 발언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엉망인 디지털 환경을 내 힘으로 당장 없애버릴 수는 없다.

안내견 탱고와 함께 길을 나설 때 쏟아지는 무례한 시선이나 편견 어린 말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이 내 마음의 현관문을 두드리고 잠시 뇌리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첫 번째 충격 자체는 인간인 이상 막아낼 도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위대하고도 단호한 권리가 하나 있다.

바로 내 집에 찾아온 그 불쾌한 손님에게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더 머물게 할지, 아니면 단호하게 문을 닫고 돌려보낼지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인 통제권이다.

분노와 억울함이라는 감정을 내면 깊숙한 곳에 주저앉히고 오랫동안 묵상하는 것은, 결국 내가 그 불청객에게 거실의 가장 편안한 소파를 내어주는 꼴이 되고 만다.



정보 리터러시와 마음의 주권 지키기


부정적인 감정과 천박한 정보의 침입을 막아내는 것은 문헌정보학에서 말하는 정보 리터러시의 가장 높은 단계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문헌을 찾고 읽는 능력을 넘어, 어떤 데이터가 내 영혼을 살찌우고 어떤 데이터가 내 이성을 마비시키는지 정확하게 필터링하는 고도의 지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자극적인 갈등과 분노의 콘텐츠를 비판 없이 수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아 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거대 플랫폼의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내 마음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잣대나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내가 스스로 검증하고 허락한 건강하고 이성적인 철학만을 내면의 서재에 들여놓아야 한다.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것을 내 삶을 망가뜨리는 거대한 비극으로 확대 해석하는 대신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오류 코드 정도로 가볍게 취급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단호하고 우아한 내면의 문지기


삶은 끊임없는 불청객들의 방문으로 이루어진다.

불안, 공포, 타인의 질투, 그리고 이유 없는 적의가 매일 밤낮으로 우리 마음의 문을 쾅쾅 두드릴 것이다.

그때마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들과 함께 뒹굴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지혜처럼, 우리는 그저 문틈으로 상대를 담담하게 확인한 뒤 정중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거절의 인사를 건네면 그만이다.

당신이 가져온 그 시끄럽고 무가치한 짐보따리들을 내려놓기엔 내 마음의 공간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세상을 통제할 수는 없어도 내 마음의 문고리를 쥐고 있는 문지기는 언제나 나 자신이어야 한다.

매일매일 내면의 방화벽을 견고하게 업데이트하며, 불청객을 향해 우아하게 문을 닫는 연습을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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