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무게

팔공산 요양원의 목욕 당번

by 김경훈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요양원의 오후는 분지 특유의 무더위와 끈적한 습기로 가득했다.

요양보호사 정은 허리에 찬 복대를 팽팽하게 조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의 초능력은 이 지긋지긋한 하향 평준화 사회에서도 유독 비위가 상하는 능력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나이 냄새 즉 노인성 체취나 병색의 냄새를 시각적인 연기 형태로 볼 수 있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투명하고 옅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요양원 일층 로비는 거대한 화재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어르신들의 정수리와 목덜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누런색과 탁한 잿빛의 연기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무말랭이 냄새와 파스 냄새 그리고 지린내가 섞인 시각적인 공해였다.


선배님 저 진짜 허리 끊어질 것 같아요 오늘따라 어르신들 목욕 왜 이렇게 많아요.

신입 요양보호사 김이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닦으며 투덜거렸다.

정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자신의 뒷목을 주무르며 대답했다.

징징거리지 마 우리는 허리 연골을 팔아서 최저시급을 사는 사람들이야 네가 여기서 삼 년만 버티면 디스크 탈출증이라는 훌륭한 직업병 훈장을 달 수 있다.

정이 앓는 소리를 내며 카트를 밀었다.

바퀴가 타일 바닥을 굴러가는 마찰음이 건조하게 울렸다.


칠십사 호 병실 문을 열자 유독 짙고 매캐한 흑갈색 연기가 바닥을 무겁게 기어 다니고 있었다.

뇌졸중으로 반신이 마비된 최 할아버지의 침대였다.

최 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영감님 오늘따라 방에서 아주 묵직한 구름이 피어오르네요 기저귀 갈 시간 지났죠.

정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최 할아버지는 혀를 찼다.

안 쌌어 이놈아 냄새 안 나니까 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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