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치는 거짓말

유기견 보호소의 고해성사

by 김경훈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자리 잡은 희망 유기견 보호소의 여름은 끔찍하게 뜨겁고 소란스러웠다.

삼백 마리가 넘는 개들이 뿜어내는 눅눅한 체취와 락스 냄새 그리고 값싼 사료의 비릿한 냄새가 섞여 공기는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수의사 백은 땀에 전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채 진료실 낡은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백의 초능력은 이 쓸모없는 하향 평준화 사회에서도 가장 지독하게 어중간한 능력이었다.

그는 동물의 거짓말만 판별할 수 있었다.

사람이 치는 사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 보증을 섰다가 전 재산을 날렸지만 짐승이 거짓말을 하는 순간 그 동물의 진짜 속마음이 사람의 언어로 번역되어 백의 뇌수에 똑똑히 꽂히는 기괴한 공감각적 저주였다.


오전 열 시 자원봉사자 지훈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진료실 문을 벌컥 열었다.

선생님 어제 구조된 믹스견 칠성이가 또 밥을 안 먹어요 가까이 가면 물어뜯을 것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서 케이지 청소도 못했습니다.

지훈의 바지에는 개털과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백은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내 팔자야 수의대 육 년 다니고 이 생지옥 같은 보호소에서 개들 똥이나 치우고 있다니 가자 내가 그 무시무시한 칠성이 면담 좀 해보마.


보호실 안은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구석 케이지 안에 웅크린 검은색 믹스견 칠성이는 백이 다가가자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철창을 물어뜯었다.

크르릉 컹컹.

겉보기에는 당장이라도 사람의 손가락을 절단 낼 것 같은 맹수의 기세였다.

지훈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선생님 조심하세요 저 녀석 진짜 사람 물 것 같아요 눈빛이 미쳤어요.


하지만 백의 고막에는 칠성이의 사나운 짖음 대신 완전히 다른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지 마 무서워 낯선 사람 싫어 어제 트럭에서 떨어질 때 다친 뒷다리가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칠성이의 거칠고 사나운 짖음은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의 대가로 백의 머릿속에는 뒷다리가 아파서 두려움에 떠는 겁쟁이 강아지의 진짜 속마음이 강제 고해성사처럼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백은 콧방귀를 꼈다.

지훈아 쫄지 마 저 녀석 지금 무서워서 오줌 지리기 직전이야 뒷다리 관절이 빠진 것 같으니까 네가 두꺼운 담요로 얼굴만 확 덮어.

지훈이 반신반의하며 담요로 칠성이를 덮었다.

칠성이는 깽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지만 백의 능숙한 손길에 곧 제압되었다.

백이 칠성이의 퉁퉁 부어오른 오른쪽 뒷다리를 만지며 뼈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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