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

아폽토시스와 데이터 아카이빙의 진리

by 김경훈

존재하기 위해 사라져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문헌정보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오래된 데이터를 폐기하고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아폽토시스($Apoptosis$)라고 부른다.

세포가 예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상이다.

인간 태아의 손이 형성될 때 이 기적 같은 ‘자살’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물개 발처럼 뭉툭했던 손이 손가락 사이 세포들의 희생 덕분에 비로소 정교한 인간의 손으로 거듭난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물고기’의 단계를 넘어서게 된다.


태아의 엉덩이에 달린 꼬리가 사라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세포들이 스스로를 파괴하며 꼬리 없는 척추를 형성할 때 우리의 원초적 동물 단계는 끝이 난다.

인체의 모든 세포는 끊임없이 뇌에게 묻는다.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아직 유용한 존재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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